[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통신이나 배달과 같은 비금융 분야의 업무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입니다. 금융정보와 비금융 정보를 결합한 종합금융플랫폼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선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제한, 은행의 겸영·부수 업무 범위 제한, 계열사 상품의 판매 비중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통신·배달 전용 상품 선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은행이 보유한 디지털플랫폼과 비금융 부수업무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은행 뱅킹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통신이나 배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은행 앱 'KB스타뱅킹'에서 계열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Liiv M)'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는 'KB스타뱅킹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리브엠은 지난 2019년부터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제공해왔는데요. 정식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의 부수업무 등록이 완료되면서 가입자 확보에도 탄력이 붙었습니다. 리브엠 가입자는 출시 초반 5000명에서 지난달 기준 약 42만명까지 늘었습니다.
기존에는 '리브엠'이라는 별도 앱을 통해 가입해야 했는데, KB스타뱅킹 요금제는 뱅킹앱에서 개통 가능한 전용 요금제입니다. KB국민카드도 리브엠 통신료 자동이체 시 최대 1만7000원 가량 요금을 할인해주는 '리브엠 2 카드'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도 은행권의 대표적 비금융서비스 진출 사례입니다. '땡겨요'는 지난 2020년 말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2022년 1월 본격 출시했습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낮은 중개 수수료, 이용금액 적립 등 차별화된 혜택을 통해 지난달 기준 32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습니다.
신한은행 역시 '땡겨요' 연계 금융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배달라이더의 데이터를 활용해 라이더 전용 대출상품과 '소상공인 상생 매일 땡겨드림 대출'을 출시했고, '땡겨요' 이용자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땡겨요페이 통장'을 출시했습니다. 이 통장은 기본금리 연 0.1%에 거래조건 충족 시 우대금리 2.9%포인트가 반영돼 최고 연 3.0%가 적용되는 고금리 입출금계좌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보공유제한 규제 완화 필요"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뱅킹 앱을 중심으로 영업과 판매 채널을 확대함으로써 가입자 수를 늘리고, 통신·헬스케어·자동차 등 서비스를 순차 탑재해 '슈퍼앱'으로 육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데이터 확인 등을 통해 부수업무와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복안입니다.
은행들이 예·적금, 대출 등 고유업무를 넘어 통신·배달과 같은 비금융 분야로 부수업무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 강화에 있습니다.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지향하며, 고객을 새롭게 끌어들일 신사업 추진을 고민하는 은행들에 비금융 데이터 확보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슈퍼 앱'을 내놓기 위해선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제한과 같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내에선 고객이 동일한 금융 그룹 내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다른 앱으로 넘어가도록 구축돼 있습니다.
현재 국내 은행이 은행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른 비은행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은행 주도 플랫폼'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다만 은행과 비은행, 디지털 서비스를 완전히 통합한 독자적인 '종합금융플랫폼'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지주가 계열사 통합 애플리케이션에서 고객맞춤형으로 카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고객정보의 계열사간 공유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애로 및 건의 사항들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본질적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잇달아 터진 금융사고로 인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졌고 동력이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국내 대형은행들이 통신과 배달과 같은 비금융 분야의 업무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배달라이더들이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