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 여사에 관한 수사로 선택의 기로에 선 이원석 검찰총장의 의중이 주목됩니다. 이 총장은 앞서 김 여사 수사에 관해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공개 소환 방침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 여사 소환은 '각'을 재는 모양새입니다. 이러다 보니 법조계에선 '이 총장에겐 신경전만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약속대련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총장은 지난 3일 퇴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소환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5일엔 "검찰이 하는 일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김 여사 수사에 원칙론을 강조한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5일 '김 여사를 포토라인에 세운다'는 공개 소환 방침을 전한 일부 보도에 관해 "김 여사와 관련한 조사 방식, 시기 등에 대해서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수사 일정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진행한 후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론을 내릴 것"이라면서 선을 그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본심, 나아가 이 총장의 의중이 무엇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현재 디올백 수수만 하더라도 수사 진척 상황과 이 사건의 본질인 금품수수·청탁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려면 김 여사 소환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비협조, 이 총장의 임기가 이제 석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여사를 소환하는 데 관한 셈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이 총장과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할 각을 재고자 용산 대통령실과 여론을 향해 신경전을 벌이는 걸로 해석할 정도입니다.
디올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각조작 의혹 등 김 여사 사건에 관해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범야권은 자칫 김 여사 소환이 무산될까 연일 검찰을 압박하는 중입니다. 6일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를) 조사하는 시늉만 하는 약속대련을 하는 것인가"라고 비꼬았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검찰이 칼집에서 칼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여론 반응을 보는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7일 "24년 동안 검사를 했지만 이렇게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수사는 처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후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참배하며 분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할 가능성에 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은 김 여사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수수를 인지하고 디올백을 받았는지가 핵심"이라며 "결국 김 여사를 소환해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장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몇 번씩 소환하고 압수수색을 했는데, 김 여사라고 해서 필요한 절차에 따라 소환을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 "이 총장과 검찰의 원론적 입장에 관해 언론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특히 평검사들은 곧 임기가 끝날 이 총장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총장이 남은 임기 동안 김 여사에 관해 확실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