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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쓰나미)③미국·유럽은 "관세·DSA로 자국민 보호 분주"
글로벌 시장 장악 나선 중국 직구…선진국 자국 산업 보호 나서
입력 : 2024-06-10 오후 4:3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중국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의 무차별 폭격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이들 업체는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영업망을 확대하며 전 세계 장악을 시도하고 나선 상태인데요. 천문학적인 자금을 토대로 한 초저가 공세, 공격적인 물류 센터 투자 등 우리와 비슷한 패턴의 공략 방식을 적용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추세입니다.
 
다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중국 직구 플랫폼의 침공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발 빠르게 나선 상태입니다. 특히 '관세',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중국 직구 시장을 보다 실효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내세우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인데요. 중국 직구 확대 시류를 읽지 못해 뒷북 대책을 마련하기 급급했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 국가의 유통 생태계 보전 방안들을 벤치 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제 안보' 시각에서 접근…강력한 빗장으로 자국민 보호
 
10일 외교부 경제안보센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선진 글로벌 시장은 이미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을 철저한 '경제 안보' 시각에서 접근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이는 중국발 염가 폭격이 자국 국민의 소비 종속을 야기하고 나아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오래 전부터 형성돼온 까닭인데요.
 
특히 이들 선진국은 중국 직구가 자국의 일자리 감소와 직결된다고 판단, 우리 관점에서 보기에 매우 강도가 높다고 느껴질 정도의 관세 빗장을 채우고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등 자국민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직구 무관세 혜택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의 관세법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800달러 이하 수입품의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이는 미국이 지난 2016년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수입품의 무관세 기준을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한 까닭인데요.
 
미국에서의 중국 직구 물품 급증은 바로 이 같은 관세법의 허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테무, 쉬인 등이 다루는 수많은 800달러 이하 제품들은 관세, 세금, 수수료 등에서 자유롭다 보니 미국 시장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죠.
 
아울러 미국 정부는 중국 이커머스에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위구르법)'을 적용하는 법안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위구르법은 중국 북서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미국 정부가 수입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약 중국 플랫폼들이 위구르법을 위반할 경우 미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데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위구르족이 생산에 관여한 모든 원료 및 제품들이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플랫폼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플랫폼 판매 제품들의 위법 여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식의 규제 강화에 나선 상황인데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를 DSA 상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으로 지정했습니다.
 
EU 집행위는 앞서 중국 알리와 쉬인을 이미 VLOP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알리에 대해서는 정체불명의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팔고 미성년자 음란물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등 불법 콘텐츠를 유통해 DSA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이유로 제재 부과가 가능한 직권 조사에도 착수했는데요. DSA 위반이 확정되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프랑스는 쉬인과 같은 중국 패스트 패션 업체를 겨냥해 이들 제품에 5유로씩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제품 및 기업 광고를 금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하원에서 관련 법이 통과됐고 상원의 승인만이 남은 상태인데요. 쉬인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의류 폐기물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비난에 따른 조치입니다.
 
김단비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전문관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 속도와 경제적 파급력 고려시, 이러한 각국의 규제 논의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 따라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에 영향이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방안 필요…면세 축소 제언도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은 중국 직구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법령을 수정하거나, 특정 업체를 겨냥해 핀셋 규제에 나서는 등 자국의 사정에 맞는 보호 방안을 채택하는 추세인데요.
 
물론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 상 경제 보복 등을 이유로 이들 국가의 사례를 곧바로 국내에 이식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적어도 이들 벤치마킹 사례를 토대로 기존 법령의 실행력을 강화해 유통 산업 보호 실효성을 높이고 유통 시장의 종속화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견해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150달러인 면세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동남아 등 다른 나라들도 적정한 면세 금액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각국의 면세 금액 기준 강화 추세에 발맞춰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중국 직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단기적인 대책으로 대응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거나 되레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며 "중국 기업, 그 뒤에 있는 중국 정부와 오랜 기간 경쟁해야 하기에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자유무역 체제에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허들을 높이기보다는 업체 개별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C커머스 파급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핵심은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지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도 자국 플랫폼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C커머스 규제 법안을 쉽사리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스스로 검증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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