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검찰 조직과 시스템을 개혁하고 중립성을 보장해 '탈정치검찰' 과제를 완수하는 건 지난 30년간 보수·진보정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거론된 의제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선 '검찰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검찰개혁을 바라는 여론도 높아졌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역대급 승리를 거둔 배경에도 검찰독재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도 '검찰개혁의 시간'은 다시 시작될 분위기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한국 정치엔 정치혁신이 필요하고, 정치혁신을 위한 과제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직 검사, 시민사회 인사, 22대 국회의원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해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검찰권력 자체가 과도하게 비대화되어 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 청구권 등을 모두 가지고서 자신들의 편의와 자의적 기준에 맞춰 기소를 하고 사회 전반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검사검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오동현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는 게 검찰개혁에서 최우선 과제, 제 1원칙"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 검찰 수사권 자체를 박탈해야 검찰 조직이 제대로 국민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또 "영장 청구권의 경우 경찰이 영장을 아무리 신청해도 검찰이 반려하면 그만이고,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수십 수백건의 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검찰개혁을 통해 기소 유지 역할만 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민변 소속 인권변호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책적 기반인 ‘사단법인 기본사회’ 법률지원당장과 경기본부 공동대표를 맡았고, 과천시 고문변호사와 의왕 청년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검찰개혁을 내걸고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오동현 변호사,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공동대표. (사진=뉴스토마토)
오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검사검사는 지난해 10월 발족했습니다. 검사검사는 정치 검찰들의 불법적 행태들을 고발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을 견제하자는 취지입니다. 검사검사는 그동안 단체 소속 변호사들의 힘을 모아 검찰을 상대로 10여건 이상 형사고발을 진행했고, 검찰개혁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 기소 독점주의는 그 자체로 엄청난 권력"이라며 "국민들이 다 아는 간첩조작 사건도 그렇고 일반인은 한번이라도 검사에게 기소돼 재판을 한 번 받으면 설사 무죄가 나오더라도 삶이 다 무너져내린다. 검찰의 손에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는 건 상당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검찰 권한 축소가 검찰개혁 핵심”
오 변호사는 검찰개혁이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는 동시에 검찰에게 적폐청산 수사를 맡기는 등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강하게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초기에는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사태들로 인해서 검찰과 공생하는 관계가 된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검찰개혁을 해야 할 때는 검찰과 대립각도 생기고, 개혁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애매한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검경 수사권 분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도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분리는 '분리'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많아 결국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시행령만으로 다시 번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수사권을 분리하는 법 자체가 너무 추상적으로, 미비하게 만들어져서 그 하위 시행령으로 뒤집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수처에 관해선 "공수처는 여야 논의 과정에서 원래 기대됐던 역할을 하기에 수사 인력도 부족하게 출범했다"면서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진단했습니다. 이어 "검사검사도 지난 10월부터 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등에 관한 여러 건을 고발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2019년 10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최후통첩'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를 구성,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검찰개혁 방안으로는 현재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전제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거나, 검찰청은 유지하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입니다.
오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두 안 모두 큰 차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수청이든 중수청이든 검찰 수사권을 제대로 분리하고 검찰의 힘을 확실히 축소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최근 논의되는 검사장 직선제에 대해서도 검찰 권한이 줄어든 이후에 고려돼야 할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직선제를 통해 검사장을 뽑으면 막강한 검찰 권력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 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을 한 권력기관이 모두 가지고 있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 권한들을 한곳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기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이고 갈수록 정치화되는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처럼 권력기관을 세분화해 중수청이나 경찰, 공수처, 검찰이 각자 역할을 하고 서로 견제도 하는 제도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