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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준전시 선포'까지…이번이 더 위험한 이유들
남북 정권 정치적 수요·북한 '핵무력 완성' 선언·한중 관계 악화
입력 : 2024-06-11 오후 3:51:20
지난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합동참모본부가 그 뒤 공개한 영상에 지뢰가 폭발한 뒤 연기와 흙먼지가 솟구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21일 17시부터…전선지대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함에 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2015년 8월 20일 북한 <조선중앙TV>)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선조치 후보고'하기를 바랍니다."(그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 경기도 용인 제3야전군 사령부 방문)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자, 남한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 재개했다가 중단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합니다. 북한군은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향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고, 남한군은 포탄 발사 추정 지점을 향해 155㎜ 자주포 28발을 대응 사격합니다.
 
9년 전 김정은 '준전시 상태' 선포…박근혜 '선조치 후보고' 지시
 
북한은 8월 20일 '48시간 내 심리전 방송 중지 및 수단 미철거 시 군사행동 개시 최후통첩 통지문'을 발표하고, 급기야 김정은 총비서가 '준전시 상태'까지 선포했습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전군에 '선조치 후보고' 지시로 정면 대응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러다 8월 21일 김양건 북한 당비서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접촉을 제의하면서 남북은 고위급 접촉에 합의합니다. 결국 △북한의 지뢰 폭발 유감 표명 △남측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진행 등 6개 조항의 '8·25합의'가 나오면서 남북 관계가 극적으로 전환됩니다.
 
당시 상황이 극적으로 바뀐 데는 미국과 중국의 중재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전 오사카 총영사)는 "당시 미국과 중국이 나서서 겨우 말렸다고 한다"면서 "중국이 중재하겠다고 했으나 처음에는 북한이 거부하다고 수용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직후 (9월 3일)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한 데는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역할은 일부 공개된 바 있습니다. 당시 국회 국방위 야당 간사였던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목함지뢰가 매설된 곳에서 93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북한군 초소를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확전 우려가 있어 채택되진 못했다. 주한미군도 반대했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밝힌 겁니다.
 
'8·25합의' 극적 전환 "미·중이 겨우 말렸다"…2024년 현재는?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4년 현재.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대응하고. 여기에 2018년 4·27 남북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다시 등장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올라간 상황인데요. '준전시 상태'까지 갔던 2015년보다 현재 한반도 상황이 구조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오른쪽으로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남북 정권 모두에게 정치적 수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국책기관 연구자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말부터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통일 폐기'라는 정책전환을 한 상황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이를 체감하게 할 사건들이 필요한 시기"라며 "현재 상황을 고조시키면 그들로서도 명분 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도 "대통령 메시지 자체가 전혀 힘을 갖지 못하는 대단히 심각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긴장 고조로 정국전환 효과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한·중 관계 악화 변수도 우려합니다. "북한이 러시아 뒷배만 갖고 움직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중 관계 관리를 잘하면 정세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5월 26~27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보이듯 중국도 한·중 관계 관리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이럴 때 한·중 관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정부가 그럴 의도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겁니다. 2015년에 비해 한·중 관계는 윤석열정부 등장 이후 갈등 상황을 풀지 못하고 있고, 미·중 관계는 트럼프정부,바이든정부를 거치면서 확연히 악화환 상태입니다.
 
"2017년 북한 핵무력 완성 선언…2015년보다 상황 격화 요인"
 
북한 핵문제 악화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조성렬 교수는 "북한이 2017년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각종 첨단무기들까지 개발해 놓은 상황이 구조적으로 2015년보다 더 상황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상황이 악화돼서 북한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경고하듯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 김여정 노동동 부부장 담화가 예상보다 수위가 낮다며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아, '상황 관리"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이날 출국한 상황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정부도 이들을 만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도 김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을 천명한 데 이어 대남 확성기를 설치했다는 점에서, '대북 전단'을 매개로 언제든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통화하는 '핑크폰'을 빼면, 한반도에서 남북 간 소통 채널은 완전히 끊겼습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육상과 해성에서 군사적 완충지대도 사라졌습니다. 군은 이달 중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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