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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경험하는 금투세
입력 : 2024-06-12 오전 9:48:38
주식 투자 10년 만에 뒤늦게 서학개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해외 주식 투자를 꺼렸던 이유는 '양도소득세' 때문이었는데요. 해외 주식 양도세는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22%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피에 갇혀 있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꾸준히 우상향했습니다. 양도세 때문에 올라탈 기회를 놓치다니. 구렁이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 같아 해외 주식으로 갈아탈 결심을 하게 됐지요. 
 
지난 4월 생애 처음으로 양도세 납부 관련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증권사와 계약된 세무법인이었는데요. 양도세 신고를 대행해 주고 있다길래 그대로 맡겼습니다. 5월 말 홈택스에 들어가 보니 지난해 엔비디아에서 올린 수익 1500만원에 양도세 260만이 적힌 신고서가 작성돼 있었습니다. 세무법인에서 작성한 만큼 맞겠거니 싶어 그대로 납부했죠. 
 
며칠 뒤 퍼뜩 한 종목이 떠올랐습니다. '멀른 오토모티브'라는 전기차 제조사인데요. 테슬라는 너무 높다 싶어 아직 뜨지 않은 종목을 발굴하는 셈 치고 투자를 했습니다. 주가는 깊숙이 지하실을 파고들었고 지난해 멀른 오토모티브는 세 번의 액면병합(주식을 합치는 행위)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액면병합 당시 100주를 1주로 합쳤는데요. 당시 제가 가진 멀른 오토모티브 주식은 총 70주였습니다, 1주가 채 안 되다 보니 회사에서는 0.7주에 해당하는 투자금을 제 계좌로 토해냈고 그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 주주로서 저의 권리는 사라졌습니다. 당시 수익률은 -99%였는데요. 총 투자금액 1700만원 중 99% 손실 난 금액이 계좌로 입금된 겁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조세 원칙입니다. 양도세는 손실을 통산해 납부하게 돼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은 1700만원인데 수익이 1500만원이면 200만원의 손실이 난 셈입니다. 세금을 낼 이유가 없습니다. 
 
신고서를 작성한 세무법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세무법인은 증권사에서 제출한 매매내역으로 신고서를 작성했는데 손실난 주식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며 증권사에 문의해 보라고 하더군요. 증권사 상담센터, 해외주식센터, 해당 지점 등 전화가 돌고 돌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똑같았습니다. 직접 '매도'한 게 아니지 않냐는 겁니다. 주식을 타인에게 매도해 이익과 손실이 난 금액만이 양도세 대상이라는 겁니다. 주주로서의 권리가 회사로 이전됐으면 양도 아니냐, 양도를 왜 매도로만 한정 짓냐는 질문에 "여태까지 그렇게 해 왔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래도 소득이 없는데 세금을 내는 건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는 답을 제대로 못 하더군요. 그 부분은 국세청에 문의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렇게 관할 세무서, 국세청 상담센터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답변은 같았고 조세 원칙을 거론하면 답을 못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전문 상담이 필요해 보인다며 국세상담센터의 인터넷 상담을 권유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한줄기 희망 섞인 해석을 받아냈습니다. 
 
소득세법 제88조 제1호에 따르면 '양도'란 자산에 대한 등기 또는 등록과 관계없이 매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등을 통해 그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을 말하며, 액면병합으로 인해 주식 소멸 시 자산을 사실상 유상으로 이전한 것으로 보아 "양도로 보는 게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다만 상담관 개인의 견해이며 동일한 해석사례가 없어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받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유권해석에 대한 답변이 아직 오지는 않았으나 '소득세법'을 근거로 한 전문가 느낌 물씬 나는 답변에 이미 제대로 김칫국 드링킹 중입니다. 
 
최근 대다수 증권사들이 양도소득세 신고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해외주식과 파생상품에 대한 5월 양도소득세 신고대행' 무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애초에 신고하지 않았으면 될 것을 무지한 증권사의 신고 때문에 경정청구 등 번거로운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공론화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폐지 국회 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양도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원칙에는 충실하면서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조세 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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