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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급증에 무료 환전 서비스 경쟁
입력 : 2024-06-12 오후 4:57:2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6: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여름이 시작됐다. 출근길부터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여름휴가가 기다려진다.
 
올해는 모처럼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문제는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자주 못 나갔더니 감이 떨어졌다.
 
직업상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무료 환전과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소식에 눈이 갔다. 휴가철을 앞두고 은행권이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내용이다. 평생 무료 환전을 선언한 토스뱅크부터 4대 시중은행 중 하나, 신한, KB국민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도 이달 중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해외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환율을 보고 미리 환전한 뒤 사용할 수도 있다.
 
마침 거래 중인 은행이 있어 터치 몇 번으로 무료 서비스를 신청했다. 덕분에 출국 전에 신경 쓸 일이 줄었다. 출금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결제할 때 수수료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지갑이 든든해진 느낌이다.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달러, 엔 등 등 각국 통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
 
여기서 의문이 든다. 무료 환전이 가능했으면서 왜 진작 출시하지 않았을까. 은행 쪽 사람을 만나니 ‘울며 겨자먹기’란다. 무료 환전이 기본 서비스가 되면서 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은행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올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환전수수료 수익은 약 380억 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45억 4000만원(10.6%) 감소했다. 자동화기기(ATM) 인출 수수료 폐지, 공항 라운지 무료 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도 차별화해야 하니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역마진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4대 시중은행이 석달 만에 수익이 45억원 줄었다고 볼멘 소리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만 약 2조8000억원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 영향으로 1년 만에 24% 감소한 게 이 정도다.
 
모름지기 돈을 써야 돈을 벌기 마련이다. 투자 없는 수익은 없다. 은행마다 ‘이자 장사’ 딱지를 떼려고 비이자수익 올리기가 한창이면서 45억원이 아깝다는 얘기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선언한 올해 경영목표가 기억에 남는다. ‘핵심사업 집중, 미래금융 선도’다. 오명이라고 해도 은행의 핵심사업은 ‘이자 장사’고 미래금융은 ‘디지털’이 경쟁력이다. 말은 달라도 결국 고객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무료 환전도 넓게 보면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문제는 거래은행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료 환전은 해외여행에 익숙한 2030세대에게는 분명 매력적이다. 토스뱅크가 외화통장 출시 약 100일 만에 100만 고객을 돌파한 데는 이유가 있다. 비용이 될지, 투자가 될지는 은행에 달렸다. 레드오션인 금융시장에서 고객을 유치할 몇 번 안 남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유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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