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이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AI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에 AI 분야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는데요. 국내 기업들이 사업 운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력 부족’을 꼽을 정도로 외국계 기업으로 인력 유출이 계속되는 실정입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국내 AI 관련 기업 2354곳을 전수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9%는 ‘인공지능 인력 부족’을 사업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선택했습니다. 특히 5점 척도 기준 중에서 4점을 넘은 항목은 인력 부족이 유일했는데요. 특히 데이터 분석가 대비 개발자의 경우 11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국내 기업은 인력 보강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서울대와 ‘인공지능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삼성전자 DX 부문과 서울대 공과대학 대학원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은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향후 3년간 공동연구 센터에서 AI 최신 기술 분야에 대한 산학협력 연구과제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과제에 참여하는 석박사급 연구원을 대상으로 채용 연계 활동도 진행됩니다.
LG전자 역시 인재 확보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LG전자는 연세대학교와 AI, 빅데이터 등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학생에게 석사 2년간 산학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LG전자 취업을 보장합니다.
그럼에도 지난 2022년 기준 국내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분야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나고 있습니다.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에 따르면 엔비디아 임직원 중 삼성전자 출신이 515명입니다. 반면 엔비디아 출신 삼성전자 임직원은 278명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로 떠난 임직원은 38명이지만, 엔비디아 출신 SK하이닉스 임직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31년 기준 국내 반도체 필요 인력 규모는 30만4000명으로 증가하는데요. 인력난이 지속될 경우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은 속수무책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공계 활성화 대책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7월 초에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등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한데요. 정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 투자 강화와 해외의 AI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명문대 석박사 졸업생의 초봉은 대략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해외 인력 유출 방지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여기에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공계 분야 몰락의 가속화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