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박창욱·유근윤 기자] 서울시청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려고 시도하자 재건축조합과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설립 수요가 없다"면서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내 중학교 신설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시청은 학교용지를 공원·체육 시설, 상업·업무 시설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공지로 바꾸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안에 학교가 신설되지 못한다면 최소 1000명의 학생이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 10월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효율적 토지이용을 위한 학교시설 결정방안 개선'을 발표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해 다양한 용도로 부지를 사용하겠다는 건데요. 이같은 발표에 단지 내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시교육청은 2020년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 중학교를 신설하고자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를 요청했을 당시 둔촌주공 내 중학교 학령인구를 1700여명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둔촌주공재건축 조합과 입주 예정자 등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는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시작될 경우 새로 유입될 중학생 숫자는 3000명가량 될 전망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2020년 중앙투자심사를 요청할 때 추산한 중학생 숫자보다 약 1000명 이상이 학생이 초과되는 겁니다.
교육부는 중앙투자심사를 진행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마침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근처엔 둔촌·동북·보성·한산중학교 등이 밀집했습니다. 새 아파트로 중학생들이 많이 유입되더라도 인근 중학교로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교육청과 입주 예정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우선 교육청에서는 "학생을 분산 배치하는 게 가능할지라도 그렇게 되면 인근 학교 역시 과밀화가 우려된다"면서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안에 중학교를 만들려고 한 건 그런 식의 과밀화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입주 예정자들도 반발합니다. 애초 둔촌주공 내 학교용지는 2014년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 학교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사실상 입주예정자들의 땅이라는 건데요. 학교를 지으라고 땅을 기부채납했더니 서울시가 날름 받아먹는 모양새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나형 전 서울시학부모연합대표는 "출생률 낮다고 하면서 정작 나라가 뒷받침을 안 해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오는 29일 오후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시청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걸 철회하고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입주예정자협의회에 따르면 집회에는 500명 이상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강동구청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2020년 당시 검토된 학령 아동숫자는 조합원, 수분양자를 기초로 조사된 자료라는 겁니다. 지난 3월 실거주의무가 3년간 유예되면서 둔촌주공을 포함한 전국 77단지 4만9766가구가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전세물량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조합원, 수분양자, 세입자들의 입주 완료 시점인 2025년 3월이 되어야 그나마 구체적인 학령 아동숫자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시점에서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를 변경할 경우 학생 수요가 있음에도 학교 설립이 불가능하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의 경우 초·중학생 학령인구가 7년 새 67% 증가했습니다. 또 같은 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이 입주하면서 근처 고덕중학교 학생수(1428명. 학급당 29.1명)가 2021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습니다.
안창현·신태현·박창욱·유근윤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