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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해법 리츠에 '금산분리' 완화?…"'필요악', 그건 문제"
'금산분리 제한적 완화' 주장한 KDI 연구위원
입력 : 2024-06-24 오후 5:31:14
[뉴스토마토 이규하·이진하 기자]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기형적 구조를 지목하면서 '금산분리의 제한적 완화'를 거론했지만 우려의 시선이 나옵니다.
 
리츠 활성화의 필요성엔 공감하나 '금산분리 완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팽배합니다. 특히 선진국과 달리 아직 리츠 시장이 작은 데다,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면 큰 시장만 살아남는다는 지적입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간접부동산투자회사 리츠(REITs) 활성화엔 긍정적인 반면, 금산분리 완화 주장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라는 KDI 포커스(시의성 있는 경제·사회적 이슈를 간략하게 정리한 시론 성격)를 통해 자본 확충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정책 도입으로 미국·일본 사례를 들며 금산분리의 제한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라는 KDI 포커스를 통해 "일본은 지역사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분양이 아닌 임대에 초점을 두고 은행의 개발사업 참여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최소 화하는 접근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리츠, 금산분리?…"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산분리 원칙을 강하게 지키고 있는데 이걸 풀어주려면 합당한 공익적 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냐. 현 PF에 대한 문제는 많이 노출돼 있어 해결을 위해 리츠를 끌어들인 것인데, 설득력이 있으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제고 소지가 있겠지만 현시점에선 과하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PF 문제 해결에 리츠가 유일한 방법이라면 금산분리를 외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핵심"이라며 "KDI가 금산분리를 하자고 하는 것의 근거는 매우 미약하다. 법안으로 통과도 안 될 뿐 아니라 매우 논란이 될 것이고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개발 리츠를 하면 되지만 지금 활성화가 안 됐고 부동산PF 규모가 워낙 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적합한 얘기는 아니다"라며 "금산분리는 아주 큰 틀의 문제로 삼성이 금융업을 못 하게 한 이유가 있다.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산분리까지 갈 필요도 없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할 때 건설사가 직접 지분을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것만으로도 부동산 PF를 해결할 수 있는데, KDI에서 너무 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반문했습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어떤 제도든 장점만 있을 순 없다.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면 큰 시장만 살아남는다. 그건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소장은 "한국의 리츠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작고 역사도 얼마 되지 않았다"며 "미국·일본·호주 등은 리츠 시장의 역사가 깊고 오래된 만큼 금융시장·부동산 시장까지 활성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해 투자자들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라는 KDI 포커스를 통해 "리츠는 개발이익을 사회화하고 이미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받고 있어 리츠의 지분투자를 활성화 하거나 리츠를 직접적 시행주체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출처=황순주 KDI 연구위원)
 
이어 "리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나 규제 부분을 마련해야 하고 세제 혜택이나 리츠 설립 운영 등 진입장벽이 높은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당장 리츠로 부동산 PF를 해결하기 어렵다. 금산분리도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리츠 후진국, 부작용 없도록"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 융합대학원 교수는 "금융제도가 선진국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하면 아직 선진화하지 못했다"며 "사실 리츠만 놓고 보면 후진국에 가까워 규제가 너무 많다. 소비자보호제도 더 발달시켜야 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우철 교수는 "SK도 리츠를 하고 있는데, SK 리츠는 임대 운영인 것 같고 지금 말하는 리츠는 은행 기능이 들어간 리츠 같은데, 좀 논란이 될 것"이라며 "지금 하는 리츠 범위를 넘고 금산분리를 넘는 조항의 파이낸스 기능까지 겸하게 해 주자는 것 같은데 긍정적 부분도 있겠지만 상당한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리츠는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고 발전시킬 제도는 맞다. 다만,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뜨거운 감자라 우리나라에선 충분한 논리적인 체계를 가지고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말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전체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지, 아파트 사업의 안전성 등 쉽게 말하면 리츠로 청년들도 부동산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이나 KDI가 이걸 충분하게 다루지 못했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KDI 측은 포커스의 내용이 집필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점을 서두에 달았습니다. 본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는 점을 밝힌 겁니다.
 
 
지난 6월4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저축은행을 지나가고 있다. 자산순위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1분기 부동산 PF 연체율(단순평균)은 11.05%로 지난해 1분기(4.4%)보다 6.65%포인트 급증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이진하 기자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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