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금의 잠실야구장 자리에 2031년까지 최대 3만명을 수용하는 돔구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돔구장을 짓는 데까지 여러 문제가 있지만, 돔구장 형태도 큰 이슈 중 하나입니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식으로 짓느냐, 아니면 계속 지붕이 닫혀 있는 폐쇄식으로 짓느냐를 놓고 서울시와 야구팬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서울시와 사업주체 측은 돔구장을 폐쇄식으로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야구팬들은 개폐식을 원합니다. 다만 개폐식 돔구장이 갖고 있는 장점을 보면 야구팬들의 요구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먼저 야구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일본은 1990년대 이후 폐쇄식 돔구장을 더 이상 짓지 않습니다. 폐쇄식 돔구장의 대명사인 일본의 도쿄돔만 해도 1988년에 지어진 경기장입니다.
여기에 잠실 돔구장은 앞으로 완공 이후 최소 3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야구장입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지어야 하는 랜드마크를 현 트렌드와 다르게 짓는 것은 나중에 분명 후회할 일입니다. 한마디로 개폐식 돔구장은 대세입니다. 비 오고 더울 땐 지붕을 닫고 시원하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고, 날씨가 좋을 때 잠실 돔구장 주변의 개방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비용 문제를 이유로 폐쇄식 돔구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폐쇄식 돔구장의 공사비는 약 50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개폐식 돔구장으로 지을 경우 추가로 20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액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이익도 분명 큽니다. 개폐식 돔구장일 경우, 천연 잔디를 사용함에 따라 여러 용도로 돔구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개폐식 돔구장의 지붕을 여닫을 때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과거에는 1000만원 이상 들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개폐식 돔구장인 일본 삿포로의 에스콘필드는 한 번 지붕을 여닫는데 비용이 20만~3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려움이 뒤따르더라도 야구팬들이 최대한 만족할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야구팬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폐쇄식 돔구장으로 진행된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비판받는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