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쿠팡은 2010년 위메프, 티켓몬스터와 함께 소셜코머스로 시작했다가 일본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이커머스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소매유통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쿠팡이 내건 목표는 원대했습니다. 소비자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를 경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기업 미션입니다. ‘유통업계 1위가 되겠다’,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상투적 구호가 아닙니다. ‘좋은 상품을 싸고 친절하게 팝니다’는 전형적 소매상의 슬로건도 아닙니다.
한 문장이지만 심오한 의미를 압축해 담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많은 것을 원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한 기업이 다 제공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소매업은 제조업이 아니므로 본질적으로 소비자를 묶어둘 수단에 한계가 있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애플이나 할리 데이비드슨과 같은 제조업체나 주장할 수 있는 ‘소비자 충성도’를 유통업체가 그것도 온라인 소매업체가 추구한다는 것은 거창하게만 들렸습니다.
쿠팡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부터입니다. 자체적인 물류시설과 배송인력을 갖추고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익일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은 획기적이었습니다. 유료회원제로 로켓배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로켓와우’ 멤버십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월 2900원의 회비만 내면 무엇을 사든지 배송비 없이 신속히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며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발하며 크게 각광을 받아 이커머스가 대중화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 결과 업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로 외부 활동이 억제된 가운데 로켓배송 덕분에 국민들은 전혀 지장 없이 소비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생필품의 사재기 광풍이 불었지만 우리나라만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쿠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쿠팡 없이는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쿠팡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매출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치솟았습니다.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하여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한 쿠팡은 이제 이커머스뿐 아니라 전체 유통업의 독보적 1등으로 떠오르며 화양연화의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쿠팡의 2023년도 매출액은 31조5750억원으로 경쟁자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독점적 지위를 달성한 쿠팡은 2021년 12월 ‘로켓와우’ 회비를 499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72%나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로켓배송 서비스에 열광하며 쿠팡에 충성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2024년 4월에 ‘로켓와우’ 월 구독료가 다시 7890원으로 올라갔습니다. 기존 회원은 8월부터 새 요금제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인상률이 58%나 될뿐더러 금액도 커졌습니다. 쿠팡은 무료배송, 무료반품, 특별할인, 캐시적립, 쿠팡플레이 시청 등의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호소하지만, 조삼모사의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중국 직구 앱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해 회비를 올린다는 명분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초저가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하려면 오히려 소비자 비용을 낮춰줘야 하는데 역으로 회비를 올리는 것은 호구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
각자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4인 식구의 경우 월 회비가 3만1560원으로 올라갑니다. 연간 부담이 37만8720원에 달하니 만만치 않은 비용입니다. 쿠팡이 2~3년마다 회비를 올린 관행을 고려할 때 앞으로 계속 회비를 올릴 것이 분명합니다. 로켓배송에 중독되어 와우 멤버십을 끊지 못하면 영원히 쿠팡의 노예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언제가 쿠팡과 결별할 때를 대비해 서서히 쿠팡 없는 세상에 살아보는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식구들이 모여 회의한 끝에 쿠팡 와우 멤버십을 대표로 1명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해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와우 멤버십에서 벗어나니 불편하면서 자유도 느낍니다. 이전에는 수시로 습관처럼 쿠팡 앱을 들여다보며 충동구매했지만 이제는 진짜 필요한 것만 삽니다. 참으로 사람이건 기업이건 잘 될 때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든가 봅니다. 그래서 세상만사는 돌고 돌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