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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누가 사?" 대 "그게 나야"
입력 : 2024-07-01 오후 7:05:32
뭔가를 볼 때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편입니다. 특히나 상업성이 짙은 광고를 볼 때면 더더욱 의심합니다. 모름지기 합리적 소비자라면 화려하고 달콤한 광고에도 속지 않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법이잖아요.
 
심지어 물건을 팔 때도 의심했습니다. "이거 요즘 잘 나간다"는 도매상의 말은 늘 의심 1순위였습니다. 아르바이트생 시절 사장님께 정말 이게 잘 나가는 게 맞는지 여러번 물었습니다. 제일 자주 했던 말은 "저걸 누가 사지?"와 "저런 광고를 누가 믿어?"였습니다. 광고와 매체의 힘을 얕봤던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저걸 누가 사'의 '누구'는 우리 가까이에 있더군요. 팔면서도 저걸 왜 사지 싶던 물건들은 꽤나 잘 팔렸습니다. 한창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이름표 뜯기가 유행하던 시기, 제가 일하던 문구점에서는 런닝맨 이름표를 팔았습니다. 이런 걸 돈 주고 산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잠시. 이름표는 몇 년간 꾸준히, 하루에 열 장도 넘게 팔렸습니다.
 
제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꼭 한두 명씩 곁에 있었고요. 집에 승마운동기구가 있습니다. 몇년 전 홈쇼핑만 틀면 나오던 제품입니다. 광고에서 말하는 운동효과도 영 의심스러운지라 저걸 누가 사나 싶었는데 저희 부모님께서 사시더군요.
 
은행 광고를 보면서도 고작 사람 바뀐다고, 유명한 모델 쓴다고 효과 있는지 의심했습니다. 임영웅 아이유 뉴진스…. 유명한 이름들이지만 그들의 이미지가 제 적금 이율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것때문에 상품에 가입하거나 거래 은행을 바꾸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얼마 전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라이즈가 우리은행 청소년 대상 서비스를 광고하는 걸 보고 물었습니다. 라이즈 광고 때문에 계좌 만든 사람 많을까? 그러자 친구가 대답합니다. "그게 나야."
 
최근 은행권은 유명 아이돌그룹을 이용해 잘파(Z+alpha)세대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보이그룹 '라이즈'.(사진=SM엔터테인먼트)
 
최근 5년간 은행 광고비는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들어 소폭 감소했습니다. 새삼스레 이런 모습을 보면 광고비를 포기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민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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