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 50대 A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을 켭니다. 정해진 시간까지 일어나 출석하면 추첨을 통해 상금을 주는 도전통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석을 하고 나면 가족들에게도 토스뱅크 앱에 접속하라고 말합니다. 함께 접속하면 10원을 받을 수 있는 '함께 켜기' 서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A씨 스마트폰에는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만보기 앱이 깔려 있습니다. A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몇 만원씩 모을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이 잇따라 출시한 성취 보상형 상품이 405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찍 일어나거나 걸음 수 달성 등 일상 속 간단한 도전을 통해 금리 혜택이나 상금 등을 제공하는 상품입니다. 당초 은행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해당 상품을 내놨지만 예상하지 못한 고객층에 인기를 받고 있어서 놀란 반응입니다.
일상 도전 성공하면 보상 지급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성취 보상형 상품의 가입자 연령이 40~50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토스뱅크 '도전 통장'과 우리은행 '데일리워킹적금' 등은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면 우대금리나 추첨을 통한 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 도전통장의 가입 연령을 보면 50대 이상 사용자가 46.4%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40대 가입 비중이 30.4%에 달하는데 40대와 50대를 단순 합산하면 76.8%에 달합니다. 이어 30대 13.5%, 20대 9.36%, 10대 2.36% 순으로 이어집니다.
도전통장은 매일 평일 아침에 일어나 설정한 시간(6시·7시·8시·9시)에 앱에 접속해 출석하면 성공한 고객에게 행운번호를 제공합니다. 이후 추첨을 통해 참가자들이 모은 도전 보증금 총액에 연 2%의 보너스율을 곱한 상금을 수여합니다. 매주 토요일 번호 다섯 개를 추첨해 번호가 일치한다면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일 평균 출석률이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매일 걸음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이른바 '만보기 적금'의 주요 이용자도 4050세대입니다. 우리은행 데일리워킹적금 가입자 분포를 보면 40대 비중이 30.4%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이 30%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어 30대 24.6%, 20대 14.1%, 10대 0.3% 순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적금도 마찬가지로 40대 가입 비중이 39.3%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이 31%에 달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른바 '미라클 모닝' 등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갓생'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 같은 유행 속에서 성취 보상형 상품의 주요 고객이 젊은 층이 될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예상이었습니다.
지난달 출시한
카카오뱅크(323410)의 '한달적금 with 배스킨라빈스'도 캐릭터 '춘식이'를 앞세운 귀여운 이미지와 아이스크림 전문점과의 제휴로 2030세대에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이용자는 40대 고객이 35%로 가장 많았습니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지금의 40~50대 역시 컴퓨터를 주로 사용해왔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재미 요소가 마냥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4050세대를 중심으로 도전 성취형 상품이 인기를 얻는 것이 경제 성향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황 교수는 "절약이나 도전 등은 젊은 세대보다는 40대 이상에게 더 익숙하다"며 "젊은 층 못지 않게 유튜브 등을 통해 여가시간에 앱테크 정보를 얻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익숙하고 절약 습관도 있어"
은행권의 성취형 상품 뿐만 아니라 퀴즈, 걷기 등 도전과 성취 요소가 가미된 앱테크 역시 주 이용자 층은 40대 이상입니다. 앱테크는 모바일 앱을 통해 걷기, 설문조사, 퀴즈 등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포인트나 상품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소비자데이터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리워드(보상) 및 앱테크 앱 5종(캐시워크, 타임스프레드, 발로소득, 워크온, 오락)의 사용자(1022만명)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30.8%)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50대(19.9%)와 30대(16.6%)가 앱테크에 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9년 27%를 차지하던 40대 비중은 2020년 28.3%, 2021년 29.0%, 2022년 29.6%로 해마다 증가해왔습니다. 반면 20대는 2019년 15.2%에서 2023년 11.3%까지 지속해서 참여 비율이 감소했습니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4050세대의 앱테크 증가세를 "앱테크가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소비 추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보상·앱테크 앱 사용이 지속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장기화된 고물가 상황으로 인해 주머니가 가벼운 2030에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4050까지 앱테크 사용 트렌드가 옮겨갔다는 해석입니다.
4050에게 앱테크와 은행권 도전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앱테크 앱 캡처(사진=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