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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워런버핏과 빌게이츠
입력 : 2024-07-08 오후 12:51:44
워런 버핏은 코카콜라를, 빌 게이츠는 IT 투자를 서로 권유했던 바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경우 주식 투자 종목에 관한 얘기였죠. 빌 게이츠는 주식보다는 산업 측면에서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 관련 대화를 나눈 것은 1991년 때였습니다. 당시 워런 버핏은 세계적인 껌회사에 투자한 것이었으나 지금 대표 종목인 코카콜라와 비교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코카콜라는 생존했고 IT도 업종으론 우상향했지만 종목으로 따지면 난해합니다.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업종은 사양업이지만 석유 연료보다 친환경적입니다. LPG 업종이 생존했고 석유는 퇴보했습니다. 엄밀히 따져 석유 중에서도 경유가 후진했습니다. 시장 수요가 위축됐다는 얘깁니다. 국내 LPG 차량은 사양길을 걷다가 2019년부터 비장애인에 대한 판매가 허용됐습니다. 그래도 차량 판매는 계속 줄다가 올해 반전됐습니다. 지난해 대기관리권역법이 국회 통과된 게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경유 택배차량과 어린이통학버스 사용이 제한됐으니까요.
 
이는 국내 독점 사업자인 현대차의 신차 개발 전략에 변화를 줬습니다. LPG차량의 환경성을 개선한 LPDI 개발이 오래 전부터 이뤄졌지만 상용화가 미뤄진 바 있습니다. 그랬던 게 경유차량 제한이 걸리자 LPDI가 상용화된 것입니다. 그래서 LPG 업계는 사양길에서 반전됐고 거꾸로 정유사들은 경유가 넘쳐 수출로 밀어내야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휘발유와 경유는 한몸(원유)이라 어느 한쪽만 생산량을 줄이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친환경의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환경에 대한 선의보다 경제논리가 컸지만요.
 
글로벌 메가트렌드인 전기차도 빌 게이츠가 주장한 논리엔 맞지만 경쟁사가 많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선 코카콜라처럼 독점적, 독보적인 것이 선호됩니다. 국내 LPG는 SK가스와 E1 독점시장입니다. SK, GS,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정유사도 LPG를 취급하지만 부대사업 성격입니다. 이들 모두 합해도 과점입니다. 그러니 승자를 예측하기도 쉬운데, 다만 국내 기업은 코카콜라처럼 전문화되지 못합니다. 친환경은 정방향이지만 산업 경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는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IT가 발전해온 전망과 비슷합니다.
 
수요의 관점에서 보면 IT와 친환경 사이에도 본질적 차이가 보입니다. 빌 게이츠가 권했던 것은 IT 중에서도 컴퓨터였습니다. 컴퓨터는 산업과 사회를 바꿔놓았습니다. 생활의 혁신과 산업 혁명이 가능하기에 컴퓨터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친환경은 이와 분위기가 다릅니다. 열광적이라기보다는 마지못한 성질입니다. 그래서 발전과 변화 속도가 느립니다. 기후변화 폭풍을 뼈저리게 느끼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만 친환경 수요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줄곧 중국에 우선 수출하다가 점점 선진국 시장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친환경 수요가 덜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선진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친환경으로 바뀌어야 하는 과제가 많습니다.
 
수요는 곧 경제입니다. 앞서 LPG 사례도 현대차가 진즉 LPDI를 개발했지만 출시하지 않는 건 경제성 탓입니다. 그랬다가 국내 제도가 바뀌자 개발 수요가 동했습니다. 지난해 중국 BYD가 전기차를 가지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도 현대차 등을 밀었을 것입니다. B2C에서 재미를 못본 BYD가 B2B를 공략할 게 보이니까요. 국내 먼저 진출했던 화웨이의 동선입니다. 현대차가 뒤늦게 LPG 신차 개발에 나선 모습은 B2B 방어의 포석으로 비칩니다.
 
코카콜라는 충성도 높은 브랜드가치를 확보했습니다. 수요가 가변해 경제적가치가 요동치는 IT 종목들에 비해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친환경이나 전기차는 세계적 지향점이지만 경제논리를 따져야 합니다. 그래서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도 있습니다. 패자는 확고하다는 점이죠. 비환경적인 것입니다. 컴퓨터를 권해도 껌회사를 고집했던 워런 버핏처럼 거를 것은 걸러야 합니다. 그것은 사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영 뉴스토마토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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