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문자 메시지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서 나눈 메시지입니다. 2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도 수백 통의 문자가 오고 갔다고 하더니만, 이번에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 여사는 보냈는데, 한 위원장이 답을 하지 않은 이른바 ‘읽씹’(읽고 무시당함)이 공개된 것입니다.
이 쟁점은 크게 2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가 어떤 경로로 왜 특정 정치인과 언론에 흘러나왔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둘째는 그 문자 내용 자체와 함께 전당대회 쟁점으로 만든 이유입니다. 본격적으로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남편을 구원하기 위한 막후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까요? 대한민국 정치가 점점 더 막장 드라마로 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의문부터 추론해 보겠습니다. 총선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문자를 6개월이 지난 전당대회 시점에서 공개한 주체는 누구일까요? 김건희 여사 쪽이 아니면 한동훈 당대표 후보 쪽 둘 중의 하나입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문자를 한동훈 후보가 언론에 알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김 여사 쪽이겠지요. 그럼 누굴 통해서 갔을까요? 아무래도 ‘찐윤’ 핵심 관계자로 보입니다. 김 여사를 중심으로 하는 ‘김핵관’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자 메시지를 ‘읽씹’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맹공하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들을 보고 있으면 시대착오가 일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영부인의 지엄한 문자를 영접하지 않고 거부할 수가 있느냐고 방방 뛰고 있는 꼴입니다. 1년 전, 집권당의 전당대회에서는 노골적인 대통령실 개입이 현장 중계가 되더니 이번에는 영부인이 개입한 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동 운명체를 넘어서 공동정부라더니 진짜인 모양입니다.
두 번째 왜 이렇게까지 전당대회에서 무언가 영향력을 미치게 하려 할까요? 당 대표로 특정인은 안 된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공개한 카톡 메시지는 진짜로 사과하겠다는 내용이었을까요? 당사자인 한동훈 후보자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핵심은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한동훈 위원장이 답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과할 수 없다는 견해를 5차례나 구구절절하게 보내왔기 때문에 굳이 답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사과하려면 김 여사 본인이 결심하면 될 일이지, 한동훈 위원장에게 허락받아야 할 일도 아니고, 평소의 성정으로 봐도 누구의 결재를 받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카톡 문자의 전문이 공개되어야 누구 말이 맞는지 밝혀지겠지요.
한국정치가 막장 정치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것은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지휘체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끝 모를 어떤 막후에서 일어난다는 의심 때문입니다. 이른바 음모론이 자라는 습도와 온도를 현실정치가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한 이유는 분명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책임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를 가시화하지 못했고, 총선의 민심을 정확하게 읽지도 못했고, 총선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김건희 여사의 문자 공개로 그 모든 책임이 한동훈에게 있다는 엎어 치기가 통할까요? 박근혜 대통령 때에 한 번 유행한 ‘배신의 정치’ 프레임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작동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미래’와 ‘책임’이 없는 껍데기만 보수인 집권당의 모습으로 전락하고, 김건희 여사의 구원 등판정치가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