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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채 해병 의혹
입력 : 2024-07-02 오전 6:00:00
채 해병이 경북 예천의 내성천에서 사망한 지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조작과 왜곡, 외압과 은폐 세력들은 아직도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단단하게 거짓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채 해병 사망과 그 이후에 과정에서 느껴지는 두 가지 충격이 있다.
 
첫 번째는 권력자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군의 사법 질서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이고, 두 번째는 이런 군사 농단에 고위 공직자나 장군들이 단 한 사람도 직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년 7월 31일에 대통령 격노로 시작된 평지풍파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한다고 치자. 그러나 8월 2일 상황은 그 어떤 상상력도 도달할 수 없는 비이성과 광기의 연속이었다.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항명수괴죄로 해병대 박정훈 대령이 입건하고 이미 이첩된 서류를 탈취하는데 대통령, 부속실장, 안보실장, 안보실 차장, 국방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국방장관, 국방부 군사보좌관, 국방차관, 국방부 법무관리관, 국방부 검찰단장이 동원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과 김계환 사령관까지 포함한 12명이 8월 2일에만 송수신한 전화만 해도 약 60건이다.
 
현행 군사법원법과 군사경찰법, 그리고 시행규칙에는 군에서 변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군 검사가 시신을 검시하며, 군사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그 내용을 적시하여 민간 경찰로 즉시 이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군 수사에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는 지휘관은 군사경찰의 수사에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하여 외압의 여지를 차단해야 할 임무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마저도 왜곡하여 군사경찰은 수사권이 없는데도 박정훈 대령이 마음대로 범죄 혐의와 혐의 대상자를 정해 민간 경찰에 이첩했다고 주장한다. 법과 규칙에서 정한 초기 수사에 대한 군사경찰의 합당한 의무와 권한에 대해서도 이런 억지 주장으로 시비를 거는 동안에도 채 해병 사건을 제외한 다른 군 사망사건은 모두 법대로 처리되었다. 최근 군 훈련소에서 가혹행위로 사망한 병사에 대해 육군은 박정훈 대령이 1년 전에 했던 초기 수사와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민간 경찰에 사건에 이첩하였다. 채 해병 사건 이전의 5건의 군 사망사건도 모두 정상적으로 이첩되었다. 오직 한 사건에 대해서만 다른 법리 해석이 등장하는 황당한 모양이 펼쳐지는 중이다.
 
게다가 최근 공수처 수사에서 이종섭 국방장관과 김동혁 검찰단장은 아예 휴대폰을 폐기하는 증거 인멸을 자행하였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휴대폰 파일 삭제하다가 공수처 포렌식에서 덜미가 잡혔고 임성근 전 1사단장은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아 포렌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국회에 출석하면 공수처 수사를 핑계로 증인 선서를 하지 않다가 막상 공수처에 출석하면 다른 핑계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증거물을 은닉한다.
 
그러나 신범철 전 국방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경우 실낱같은 진실을 공개하면서 진실 앞에 무너질 조짐도 보인다. 국가의 최고 엘리트 공직자들 상황이 이러하다면 앞으로 권력이 위법한 지시를 할 경우에 대한민국 법치가 바로 설 공간은 없다. 하나같이 거짓말이거나 증거를 은닉하는 정부는 민주공화국의 적들이다. 채 해병에 대한 특검은 곧 대통령 탄핵이라는 주장이 여당으로부터 분출되는 것도 해괴하다. 진실을 밝히면 대통령이 탄핵되는 정부라면 무너지는 게 국민을 위해 좋은 일 아닌가.
 
탄핵이라는 금기어를 여당 당권주자와 친윤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은 이 정권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그들은 마치 야당이 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권의 안위도 문제지만 법과 정의가 무너지는 공화국의 위기다. 채 해병 문제의 본질은 민주주의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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