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돌고 돌아 '또명보(또 홍명보)'입니다. 너무나도 예상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입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 와중에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박주호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었습니다. 박 위원은 본인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완전히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본인이 축협 전력강화위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은 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박 위원은 폭로를 쏟아냈습니다. 박 위원은 "국내 감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 "그중에는 본인이 임시 감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도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고 말했습니다. 발언 하나하나가 강력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박 위원 자신도 홍 감독 내정 사실도 몰랐다며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위원의 이러한 성토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씁쓸했습니다. 2002년 레전드들은 아무런 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천수가 해당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활발하게 예능 활동하고 있는 안정환,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고 있는 박지성 등은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위르겐 클롭급 명장과 협상 중이다"라는 멘트는 잊히지 않습니다. 김병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레전드로서 온갖 대우는 다 받아놓고, 정작 책임져야 할 때는 다 피하고 있습니다. 축협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2002년 월드컵 멤버는 적폐가 됐습니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사진=박주호 유튜브 캡처)
지금까지 축협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제대로 낸 사람은 박주호,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축협에서도 고소한다고 난리 치는 것일 테죠. 축협이 고소한다고 난리 치는 걸 처음 봤습니다. 2002년 레전드들, 혜택만 받고 책임지지 않을 거면 이제 사라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축구를 위한답시고 나서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