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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쟁에 능한 법조인 정치인의 한계
입력 : 2024-07-15 오전 6:00:00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돼서 민생국회보다 특검법?탄핵?정쟁의 정국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 대해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22대 국회의원 중 법조인 비율이 20.3%로 전체 300명 중 61명에 달한다. 20.3% 비율은 전체 국민 중 법조인 비율이 0.07%도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높은 비율이다. 한마디로 법조인 국회의원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과다 대표됐음을 보여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연구보고서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법조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영국은 변호사 출신 하원의원이 7.2%, 프랑스는 변호사 출신이 4.8%에 그쳤다. 일본은 변호사 출신 중의원이 3%로 낮다. 미국은 법조인 출신이 압도적이지만 19세기 중반 80%에서 1960년대 60%, 현재는 40% 내외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여야 정당이 법조인을 공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회는 입법기관이므로 입법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입장은 기각된다. 법조인이 비법조인에 비해 우수하다는 뚜렷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이번 22대 총선 이전까지 법조계 출신 의원 비율(19.7%)이 가장 높았던 제18대 국회(2008~2012년)의 법안 발의 건수와 가결률을 분석한 논문 〈국회의원의 법조인 경력은 입법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조진만 외, 2016)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법조인 경력은 월평균 법안 발의 건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보면, 법조인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입법 전문성과 정치의 복원보다는 ‘정치의 사법화’와 같은 정쟁에 능하면서 정치를 실종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법조인들이 국회의 입법 기능보다는 고소·고발전과 같이 사법부의 기능과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활동 과정에서 입법에 도움을 주기보다 ‘상원의 갑질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진짜 필요한 이유는 입법 전문성보다는 정쟁과 방탄을 위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명심’과 ‘윤심’으로 표현되는 당권파의 공천 방식을 보면 이런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대장동 변호사’라 불리는 다섯 명(김기표·김동아·박균택·양부남·이건태)이 모두 공천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여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유영하 변호사와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이었던 주진우 전 검사가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이 민변출신, 국민의힘은 검찰출신 인사를 영입하면서 정치양극화 갈등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이 ‘진영논리에 따른 극한 대결정치’와 ‘정치의 사법화’와 같은 정쟁을 피하려면 ‘법조인 집단의 과다대표성’을 줄여야 한다. 특정 직업집단이 의회를 과다대표하면 대표의 다양성 이 축소되는 만큼, 각 정당이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직업군 인구비례 공천’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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