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한동훈·윤상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인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과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폭로와 비방전은 날로 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강행하며 탄핵의 초석을 놓고 있음에도 당권 경쟁으로 당이 분화하면서 총선 패배 이후 당내 위기가 회복 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과열 분위기를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입니다.
지도부도 '자폭' 제동…19일부터 투표 개시
14일 국민의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당대회 투표는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인 케이보팅(K-voting)을 이용한 모바일 및 자동응답 시스템(ARS) 투표를 오는 19~20일 실시합니다. 또 케보팅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는 21~22일에 ARS 투표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당원 투표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가 반영되는 이번 전당대회 투표가 19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표심을 움직일 선거운동 기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데 약 한 달 간 이어져 온 당권 경쟁은 총선 패배에 대한 위기 수습을 위한 '원팀'보다는 폭로와 비방전이 거세지며 '자폭'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희룡 후보는 페이스북과 TV토론회 등을 통해 한동훈 후보의 △사천 의혹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실상 후보직 사퇴를 압박했습니다.
이에 한 후보 측도 "마치 노상방뇨 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당원 동지들과 변화시키겠다"고 맞받아치며 이전투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총선 공천 탈락 후 국민의힘을 탈당한 친윤계(친윤석열계)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까지 장외에서 한 후보의 '여론 조성팀'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읽씹' 했다는 논란 역시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관련해 당 선관위는 비방전과 관련한 공식 제재에 나섰습니다. 12일 선관위는 원 후보와 한 후보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을 담은 제재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당규 제5조 제1항 공정 경쟁 의무와 제39조 제7호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 행위 등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제일 걱정을 많이 끼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린다"며 "후보뿐만 아니라 주변인, 캠프도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각 캠프의 모든 실무자는 도를 넘는 비방전을 자제하라"며 "캠프 대변인들은 논평이나 메시지가 단순히 후보 개인의 것이 아니며,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이 앞에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나 후보도 "원 후보나 한 후보의 격돌이 너무 지나쳐서 두 사람 중에 하나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지겠다 하는 정도"라고 우려했습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공세 더 거세질 듯
문제는 야당이 오는 19일과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로 압박하고 있음에도 여당 내 폭로·비방전의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공표한 여론조사(무선전화 가상번호·전화조사원 방식, 표본오차 ±4.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표 경선 후보 4명 중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36%가 한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같은 조사 기관의 2주 전 조사보다 8%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나 후보는 17%, 원 후보는 10%, 윤상현 후보는 7%의 지지를 얻었는데요. 이들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도 한 후보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또 친윤계를 등에 엎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 후보가 나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 후보가 결선 투표를 만들기 위해 한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