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고개를 들면서 서울 집값이 5년10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 방향을 내놨습니다. 최근까지도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낮추고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다는 신호를 준 만큼 '정책 엇박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과열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추가 공급책까지 내놨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시급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과열 아니라면서...'그린벨트 해제' 카드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는데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열리는 건 지난해 9월 이후 약 10개월 만입니다.
최상목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수도권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이 과열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추가 주택공급 방침을 내놨습니다.
우선 교통과 정주 여건이 우수한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계획한 23만6000호의 공공택지 물량을 2029년까지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택지를 발굴, 2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할 예정입니다.
전세시장 안정 대책으로는 공공매입임대 주택 공급을 당초 계획된 12만호보다 최소 1만호 이상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 가운데 5만4000호를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 집중 공급합니다.
그밖에 신축 소형 비아파트 구입에 적용되는 세제지원, 주택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소형주택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민간의 공급 확대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입주 물량이 3만8000호이므로 향후 2년간 서울에서는 평균보다 많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이 투기적 수요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국토부 중심으로 합동 현장점검반을 가동해 시장교란행위를 단속합니다. 또 관계 부처 차관급 TF를 매주 가동하고,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도 8월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17주 연속↑... 5년10개월 만 '최대치'
정부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장 진화에 나선 이유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아서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3주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8% 올라 17주 연속 상승 릴레이를 이어갔습니다. 상승 폭은 2018년 9월 10일 0.45% 이후 5년10개월 만에 최대치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동남권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매물이 소진되고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거래 분위기 회복으로 인근지역까지 가격이 상승하며 기대심리도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는 기존에 발표한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내용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이와 달리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까지 언급하며 적극적 진화에 나선 데는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린벨트 해제는 인근 지역에 특혜를 준다는 우려가 있지만 서울지역 재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최악'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내 재개발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되고 대상지 주변 교통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 확폭까지 동반돼야 해 고려할 게 많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그동안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만큼 대책을 세웠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