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기업 밸류업을 위한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뒀지만 호응이 저조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속세법 개정 없이는 전시행정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관련 공시는 총 10건(콜마홀딩스 중복 포함)에 불과합니다. 이 가운데 6건은 향후 계획을 올리겠다는 예고 공시입니다.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등 4개 기업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안을 제출하며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습니다. 공시를 예고한 기업은 KB금융, 우리금융지주, 콜마비앤에이치, HK이노엔, DB하이텍 등 금융사와 중소·중견기업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관련 공시는 총 10건(콜마홀딩스 중복 포함)에 불과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공개하고 지난달부터 기업들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는데요.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올리기 위해 어떤 사업 계획을 짰는지, 해당 계획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에게 알려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만든다는 취지에서입니다. 공시에는 사업 현황과 실행 계획, 계획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자금 조달 방안, 계획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판단할 수 있는 현황 등을 명시해야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기업들의 호응은 저조한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상속세 개편 카드가 이번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문제로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이를 위해선 분모인 자본을 줄이거나 분자인 이익을 늘려야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에 손을 대야한다"며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면 세금을 많이 내야하는 문제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하며 법인세·상속세 감면 등 인센티브안의 국회 통과가 핵심"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M&A를 하든 배당을 하든 자사주 소각을 하든 이와 관련된 세금 문제를 해결해줘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결국 입법 사안이라 국회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국회를 통과한 다음 시행령이 어떻게 만들어질지가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공매도 문제를 해결해 주식 시장에 돈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기관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지를 연구해야하는데 정부가 가장 중요한 기초는 건너뛰고 잔기술만 연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달 20일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당정 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만큼 상속세 개편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후보자 역시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발표한 (법인세 세액 공제, 배당소득세 원천징수세율 인하 등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만큼 밸류업의 흥행 성공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상황인데요.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관망되고 있습니다. 정치권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종부세, 상속세, 금투세 등 세금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조세 TF가 꾸려져있다"면서도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상속세 개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공매도 관련해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는데요. 그는 "공매도는 하루빨리 시행해 자본 시장에 활력을 더하자는 입장으로 모아졌다"며 "혹 문제가 발생해도 시행 후 개선하자는 목소리"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는데요.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 및 특수관계인이 주식 등을 상속·증여할 때 과세표준에서 20%를 할증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상속분의 60%를 세금으로 냈는데 이같은 할증을 없애게 되면 세율이 10%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현재 5억 원인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을 7억~8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세액공제 해주는 혜택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방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사진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금융위원회)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