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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전환가 악용 실태)①감자 통한 규제 회피 편법 난무
CB 전환가, 무상감자 통해 액면가보다 낮아지는 효과
입력 : 2024-07-23 오후 3:31:08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일부 상장기업들이 전환사채(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규제의 허점을 악용해 배를 채우고 있습니다.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간 CB의 전환가액을 추가로 낮추기 위해 무상감자를 활용하는 등 편법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들은 올 들어 총 42건의 감자(자사주소각 제외)를 공시했습니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에서 8건, 코스닥시장에서 30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건(유가 3건, 코스닥 13건)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으며, 대부분 무상감자입니다.
 
표=뉴스토마토
 
무상감자를 진행할 경우 결정된 감자 비율만큼 주식 수가 줄고 자본금도 줄어듭니다. 주주에게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 자산 총액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를 단행합니다.
 
올해 무상감자를 진행한 기업들 상당수는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익배당 등을 위한 결손금 보전을 목적으로도 감자를 진행하는데요. 감자를 진행한 기업 들은 평소 이익배당도 하지 않던 기업들입니다.
 
올해 무상감자를 진행한 KR모터스(000040), 에스유홀딩스(031860), 뉴보텍(060260), 솔고바이오(043100) 등의 감자 목적은 모두 ‘결손금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입니다. 이들 기업은 그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최근 3년간 한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그간 CB발행, 유증 등 신주발행을 통해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이 쌓여 현재 자본잠식상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됩니다. 상법상 자본금 감소는 특별결의이지만, 결손금 보전을 위한 감자는 보통결의로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각에선 이들의 감자 목적이 특정 투자자들의 이익보전 및 차익실현을 위해 설계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감자를 진행할 경우 1주당 가격이 감자비율 만큼 높아지는 점을 이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일례로 KR모터스의 경우 지난 2020년 350억원 규모의 51회차 CB를 발행한바 있습니다. 리픽싱한도는 액면가인 500원입니다. 작년말 CB의 전환가액은 액면가(50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KR모터스는 감자를 통해 추가 리픽싱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3.3주당 1주의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전환가액은 500원에서 1650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주식이 병합됐지만, 51회차 CB의 리픽싱 한도는 액면가(500원)로 유지됐습니다. 현재 CB 전환가는 679원인데요. 감자 전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전환가액은 액면가보다 낮은 205원 수준입니다.
 
에스유홀딩스의 경우 감자와 함께 소액 공모를 통해 CB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했습니다. 에스유홀딩스는 보통주 10주당 1주의 무상감자를 했습니다. 이 회사의 28회차 CB의 경우 감자비율에 따라 전환가액이 725원에서 7250원으로 변경됐는데요. 감자 후 1주당 1503의 소액 공모를 진행하면서 7250원이던 전환가액을 1503원으로 무려 79.55% 낮췄습니다. 해당 CB의 리픽싱 한도는 발행당시 전환가(1만500원, 감자반영)의 70%인 7250원으로 결정됐으나, 10억원의 소액 공모를 통해 이를 회피했습니다. 현재 해당 CB는 모두 주식전환이 완료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자를 통해 주식을 병합하면 액면가는 유지되면서 병합된 주식수에 비례해 주가는 높아진다"면서 "리픽싱 한도가 액면가일 때 감자를 통해 주당 가격을 높이면 그만큼 리픽싱 한도를 추가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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