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을 받는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습 위촉’, ‘밀실 호선’ 등 여러 논란 또한 불거졌는데요. 야권과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대통령 추천 몫 3인 체제로 개문발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방심위 운영의 진통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기습 호선 뒤 떠나려는 것을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막아서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최민희 위원장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6개월 넘게 류희림 씨의 퇴진을 요구하며 매일 1인 시위를 해온 방심위 직원들의 참담한 마음을 알고도 윤석열 대통령은 류희림 방심위원 위촉장에 서명을 했을까?”라며 “류 위원장이 좀비처럼 다시 방송회관 19층을 드나들면서 무슨 일들을 벌일지 상상하는 것은 방심위 직원들에게 고문과도 같다”라고 직격했습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에 대한 청부 민원 의혹, 방심위 직원 96.8%가 부정평가한 류 위원장의 직무수행 능력, 류 위원장 체제 하에 벌어진 표적심의·편파심의·정치심의·과잉심의·입틀막 심의들이 법원에서 집행정지되고 있는 사실 등을 거론했습니다.
방심위 노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35분 류 위원장이 방심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지 15분 만에 방심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가 기습적으로 열렸습니다. 같은 날 위촉된 강경필·김정수 위원과 다음 달 5일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여권 추천 몫 김우석·허연회 위원 등이 회의에 참여했는데요. 이 사실을 알게 된 노조가 회의장을 찾았지만, 출입문 전체를 걸어 잠그는 등 ‘밀실’에서 열렸습니다.
이와 관련 노조는 “윤 대통령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류 씨가 문을 잠그고 몰래 방심위원장이 되는 날치기 현장을, 기습 호선 뒤 계단으로 도망치고 위협 운전을 하고 차량이 직원들로부터 가로막히자 택시를 향해 질주하는 엽기적 도주 행각을”이라며 “어쩌면 윤 정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트리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극적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모든 걸 알고도 류 씨를 연임시킨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류 위원장은 기습 호선 뒤 현장을 찾은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과 마주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후 류 위원장은 차량이 막혀서자 택시를 타고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류희림 씨는 임기가 10여일 남은 두명의 위원을 6기 방심위원장을 뽑는 회의에 참석시켜 어거지로 도둑 회의를 연 것”이라며 “이는 V1과 V2의 심기를 거스르는 방송은 앞으로도 결코 두고보지 않겠다는 용산의 의중을 받는 류희림 씨의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기습 위촉, 밀실 호선 논란 속 방심위원장이 선출되며 6기 방심위가 개문발차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요. 현행 법에 따라 총 9명이 정원인 방심위는 국회의장과 국회 과방위 추천 몫 4명이 아직 위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여권 추천 몫 위원 2명의 임기 만료도 앞두고 있는 상황 속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추천 몫 3인의 위원으로만 구성해 운영될 여지가 큽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