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회의 인사청문 제도와 입법권을 무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독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방송장악 시도'라는 야당의 반발에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는데요. 집권 불과 2년 2개월 만에 25번째 임명 강행입니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최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거부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 제도 입법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임명 강행. (그래픽=뉴스토마토)
방통위원장만 3번째…역대급 임명강행 수순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방통위원장 임명은 3번째인데,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에 이어 이 위원장까지 모두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겁니다.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집권 초기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집권 초 내각 인선 당시에는 18개 부처 중 △박진 외교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6명에 대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또 여야 대립으로 인사청문회 개최가 늦어지자 인사청문회 자체를 건너뛰고 김창기 후보자를 국세청장에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29일에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강도형 해양수산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해서도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24번째 임명 강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이 위원장의 임명으로 윤석열정부 임명 강행은 총 25번이 됐는데요.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많은 수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입법화된 건 지난 2000년 6월인데, 본격적으로 국무위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건 노무현정부 임기 중반인 2005년부터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를 보면 노무현정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는 81건으로 국회가 후보자 임명에 동의하지 않거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건 총 5건이었습니다. 이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3건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후보자를 임명했습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26건의 청문보고서 미채택이 있었는데, 이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차례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청문보고서 미채택 비율이 낮아져 총 14건이었는데, 이중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건을 임명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총 34건의 임명 강행이 있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라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집권 2년 2개월 차인 윤석열정부의 임명 강행이 벌써 25건에 달합니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아직 돌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 정부보다 많은 임명 강행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여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횟수. (그래픽=뉴스토마토)
'거부권' 역대 대통령 총합도 뛰어넘는다
국회 입법권 무시도 무한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에 따르면 1988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거부권을 총 16차례 행사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7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6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회인데요.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지금까지 행사한 거부권은 최근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까지 총 15차례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총합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여당이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5박 6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고 대통령실이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거부권을 시사했습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방송 4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총 19차례 거부권으로 역대 대통령 총합을 뛰어넘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거부권' 행사는 계속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