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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궁색한 변명…위헌 소지 가득
법조계 "변명 넘어 위헌소지"
입력 : 2024-08-05 오후 5:26:26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보좌진, 언론인 등 통신이용자정보 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7개월이 지나서야 통보됐습니다. 야권은 '불법 사찰'이라고 즉각 비판에 나섰고, 검찰은 "통신사찰이라는 표현은 악의적 왜곡"이라며 "단순 가입자 조회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무분별한 조회와 검찰이 내놓은 궁색한 연장 사유 등이 인권 침해의 소지가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헌 소지도 가득하다는 입장이어서 국회의 법적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갈무리)
  
5일 정치·언론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김승원, 박균택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 보좌진, 다수의 언론인들이 지난 3일 검찰로부터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해당 문자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2024년 1월4일 통신가입자의 성명과 전화번호를 수사 목적으로 조회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7개월 간 모르고 있던 언론사 기자들과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공동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이날 야권은 '불법 정치 사찰'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여 일갈했습니다. 
 
검찰 통신정보 조회 논란 "처음아냐"
  
검찰의 수사기관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로 인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21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소속 의원 89명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불법 민간인 사찰' 논란이 일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사후 통보 절차가 포함되지 않은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개인의 자기 정보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입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통신자료 조회 시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을시 3개월씩 2회에 걸쳐 '6개월' 통지 기한을 연장하도록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근거 삼아 '수사 보안 사항 경우 최장 6개월 이후 통보가능하다. 적법한 수사 절차'라는 입장입니다. 
 
변명 넘어 위헌소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해명에 대해 변명으로 치부하면서 '위헌 소지'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검찰은 '통화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조회 대상자들의 통화기록을 살펴본 게 아니다'라면서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인 권리 침해'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겁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누구를 어떻게 조사한건지 몇 개월이 지난 이후 통보가 된건데, 당연히 검찰 조사와 관련해 개인 권리 침해와 불쾌감이 존재할 수 있다"며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는 거부할 수 있는 국민의 방어 권리"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수사기관으로서 주장하는, 증거인멸이나 진술 조작 등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사건들에 대해 (통신조회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대 6개월까지 미루는 것은 더 이상 밀행성이 필요 없게 되는 때가 오면 공개하라는 취지인데, 어떤 사유로 연장이 된 건지, 운영은 제대로 된 건지, 총선 등 정무적 판단이 포함된 건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상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헌법 12조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검찰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들어 '통신가입자 조회의 근거'를 댔지만, 이 역시 수사기관으로서 영장주의를 우선해야하는 법률적 관점에서 어긋났다는 지적입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통신자료 조회의 경우, 가령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와 부득불 인명 구조를 위해 조회를 하듯 위급한 상황 등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수사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런 예외를 인정하면 안된다"며 "수사기관이 하는 일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둘 수 없는 이유는 수사기관은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해당 문자를 받은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절차적 통제와 기간 유예의 문제'를 짚으며 해당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명예훼손 범죄가 성립하고, 수사권이 검찰에 있다는 전제 하에, 해당 행위 전 통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사한 것도 아니지 않나. 무차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조회한 것은 수사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나친 권한 남용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 안보 등 위협 등이 아닌 이상에야 즉시 통보 하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 해야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8월3일자 <(단독)검찰, 정치·언론계 3천명 통신조회…언론계 "비대위 꾸려 대응한다"> 기사를 통해 검찰이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를 대상으로 통신조회를 벌였는데, 그 숫자가 3000명에 달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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