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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우월성 담은 신통일안…사실상 '흡수통일'
미리 보는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담론 유력
입력 : 2024-08-08 오후 4:59:5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기반의 통일을 명시한 새 통일 담론을 발표할 전망입니다. 올해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나온 지 30주년인 만큼, 윤 대통령이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며 우리 주도의 통일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념에 기댄 통일 담론이 자칫 흡수통일이라는 힘에 의한 통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치권 인사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흡수통일 여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여권 관계자는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15일 발표할 새 통일담론은) 기본적으로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평화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라며 "헌법 정신에 충실한 통일 구상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키워드는 '자유·인권'…북 '적대적 2국가론'에 맞불
 
이번 경축사의 키워드는 자유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 증진,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다. (이번 통일 담론 발표도) 북한 동포들이 우리와 같이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을 누릴 수 있는 통일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통일 담론의 큰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3·1 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통일 대한민국', '통일 한반도'를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국민이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될 새 통일 담론은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민족' 등의 표현을 삭제한 데 대한 대응책으로 꼽힙니다. 김 위원장이 '2국가론'을 들고 나와 남북통일의 요건이 허물어진 만큼 새 통일 담론 마련에 나선 것이란 분석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지난 5월30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흡수통일 해석 논란…대립 지속시 '수정' 가능성도
 
다만 정부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기반의 새 통일 담론이 사실상 '흡수통일' 구상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합니다.
 
통일부 차관 출신의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추진한다고 돼 있는데 이것을 흡수통일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며 "당연히 우리 체제에 기초한 통일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체제 통일을 의미하는 것인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하고 전혀 교감할 수 없는, 최소한의 신뢰에 기반하지 않고 제시하는 통일 방안은 의미가 없다"며 "통일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도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통일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으론 정부의 현 대북 기조가 안 바뀔 경우 어떤 식으로든 기존 남북 간 합의 사안인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한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으로, 자주 평화 민주 원칙에 따라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 등 3단계로 통일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영구 분단을 의미하는 '적대적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고, 한국도 과도기 없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단일 체제로의 새 통일 담론으로 맞대응하게 된다면 남북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해법 없이 대립 국면으로 계속 몰아간다면 현재 평화적·단계적 통일 방안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이념적 통일 방안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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