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차기 검찰총장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되면서 검찰이 분주해졌습니다. 임기가 한 달가량 남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신속 수사' 지시를 자주 내리면서 마무리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등 남은 과제가 이 총장 앞에 산적합니다. 이 총장은 그동안 "차기 총장에게 짐을 넘기지 않겠다"고 의사를 자주 밝혀왔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총장이 검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마지막에 보이며 숙제를 다 하고 떠날 지, 그립감을 상실하면서 마무리 짓지 못할 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 8일 22대 총선 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을 2개월가량 앞두고 전국 검찰청에 "공소시효에 임박해 처리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라"고 신속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 흐트러질 수 있는 검찰 분위기를 감안해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합니다.
도이치모터스·명품백 등 숙제 산적
현재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사건은 김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등입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도 진행형입니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 '50억클럽' 사건, 권순일 전 대법관 재판 거래 의혹 등도 세부적으로는 여전히 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 의혹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김 여사의 타지마할 출장 일정을 관리한 인도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모두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입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무래도 임기 말인 만큼, 검찰 내부의 시선과 분위기가 현 총장보다는 차기 총장에게 기울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여사 수사 관련해 지검장이 총장에게 보고치 않는 패싱논란도 겪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총장이 임기 말까지 분위기를 잡아 수사를 마무리하려고 하지만 내부에서 그 말을 들을 검사들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장의 마지막 조직 장악력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려있다고 봤습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총장에게 남은 과제가 상당한데, 주변에 차기 총장에게 짐을 넘기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봐서는 주요 사건 수사를 상당수 마무리하고 떠나려 할 것"이라며 "김 여사 수사와 문재인정부, 이재명 전 민주당대표 등 주목도가 높은 정치 관련 사건들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물론 김 여사 관련 수사를 임기 중 미온적으로 끌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마지막에 '수사 원칙'을 고집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나머지 과제들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