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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종합)일상 갉아먹는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
뉴스토마토, 서울시 쪽방촌 보고서 전수 분석
입력 : 2024-08-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뉴스토마토>는 쪽방촌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열악한 환경, 주민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실태 체험에 이어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지표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쪽방촌 실태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치로, 서울시가 조사 및 작성했습니다. 이를 최초로 공개합니다. (편집자)  
 
쪽방촌 거주자들의 생활실태를 분석한 결과 만성적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에 빠져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늪은 거주자들의 일상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빈곤·질병으로 인해 한번 쪽방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가족·이웃과 멀어지고 일상생활이 망가진 채 점점 우울·고독으로 침잠하는 겁니다. 단순히 쪽방촌 거주자들의 의식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을 탈출하도록 돕는 종합적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뉴스토마토, 서울시 쪽방촌 실태보고서 전수 분석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보고서는 서울시가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거주자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복지체계 연계를 통한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됐습니다. 조사 항목은 △쪽방 건물구조 △화장실·세면장 등 기초 편의시설 현황 △소화기 등 안전시설 확보 여부 △냉·난방 여건 등 주거생활 △소득 수준과 일자리 등 근로활동 △질병과 장애 여부 등 의료생활 △쪽방 거주 기관과 연락 가능한 가족 등 기타 사항입니다.
 
서울시는 쪽방 건물구조와 기초 편의시설 현황 등은 쪽방상담소와의 협조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항목은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자기기입식 면접조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7월19일부터 8월16일까지 한 달에 걸쳐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한 총 15꼭지의 연속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만성적 '우울함'에 '외로움'…병원도 못 가는 '빈곤'
 
쪽방촌 거주자들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이 깊다는 건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률이 높다는 데서 단적으로 확인됩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⑤(단독)10명 중 4명은 우울감…20% "자살 생각까지">에 따르면, 쪽방촌 거주자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조사가 진행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2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2022년 자살을 생각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외롭고 우울해서(32.9%) △경제적 희망이 없어서(27.8%) △질병으로 힘들어서(27.1%) △경제적 어려움(24.7%) 순으로 응답이 높았습니다.(중복답변을 허용했습니다.)
 
주목할 건 중복답변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제가 자살을 생각하는 주된 이유라는 겁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⑩악순환의 연속…쪽방촌 10년새 '신용불량' 큰폭 증가> 기사에서 드러나듯 지난 10년간 쪽방촌 유입된 계기는 실직과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쪽방촌 거주자들의 경제상황은 어떨까요.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①(단독)기초수급자 비중 8년새 54%→74%> 기사에 나타나듯, 지난해 거주자의 월 평균 소득은 역대 최고지만 86만7000원에 불과합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건강 역시 일상적인 문제였습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④(단독)쪽방 거주자 최다 질병은 고혈압…10년새 당뇨 급증> 기사에 따르면, 쪽방촌 거주자 절반은 자기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그럼에도 거주자들은 제대로 병원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⑧가장 큰 고민은 질병…40%는 “병원비 낼 돈 없다"> 기사에 따르면, 거주자 10명 중 2명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가지 못한 이유도 '경제적 문제' 탓입니다. 2023년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응답률이 무려 81.4%에 달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쪽방촌에서 우울함은 만성화되어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매년 30~40%가량이 '그렇다'고 답한 겁니다.
 
음주도 일상입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②(단독)"할 일 없어 술 마신다"…일상이 된 '음주''> 기사를 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일주일에 2~3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답한 음주 비율은 20%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거의 매일 마신다'는 답변도 10%대를 유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음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9년간 부동의 1위는 '할 일이 없고 무료해서'였습니다. 다른 음주 사유로는 '주변에서 권해서' 또는 '아픈 것을 잊기 위해'라는 등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⑭만연한 고독사 위험…70% "연락할 가족 없다"> 기사에서 드러나듯 거주자들은 외부와 단절돼 고립됐습니다. 거주자 가운데 '연락할 가족이 없다'는 답변은 10년 동안 줄곧 70% 안팎을 오가는 중입니다. 절반이 넘는 거주자는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쪽방촌 거주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빈곤·질병·우울·고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걸로 보입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⑫10명 중 7명은 ‘60대 이상’…10년새 23.5% 급증> 기사에 따르면, 쪽방촌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비중은 2014년 46.9%에서 2023년 70.4%로 급증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임대주택·공용에어컨, 거주자 체감 부족
 
쪽방촌 생활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에 대한 설문도 있습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⑨공용에어컨 설치했지만…가동은 절반> 기사에서 확인되듯 지난해 10명 중 4명가량(42.7%)은 거주하고 있는 건물에 설치된 공용에어컨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공용에어컨 이용에 불만이 있는 거주민 절반은 ‘집주인이 잘 틀어주지 않아서’(50.8%)라고 답했습니다. 집주인이 공용에어컨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주 환경 개선에 기후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설문도 있습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③(단독)최대 불편은?…"벌레·화장실"> 기사에 나타난 것처럼 거주 불편요인 1위는 '해충'이었고 10년새 20.9%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또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⑪쪽방촌, 기후위기에 노출…"겨울도 걱정"> 기사에서 드러나듯 겨울에 '따뜻하다'는 답변이 지난해 25.0%로 10년 내 사상 최저치가 됐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쪽방촌 생활을 타개할 방안으로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거주자들의 관심은 시들합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⑦'임대주택 가고파' 줄고…'쪽방서 살고파' 늘어> 기사에서 나타나듯 쪽방촌 거주자들이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대답한 비율은 2014년 53.9%에서 2023년 49.6%로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쪽방촌에서 그대로 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22.6%에서 33.9%로 증가했습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⑥10년새 쪽방 20%·거주자 33% 감소> 기사와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⑮건물형태, 쪽방비율↑, 여인숙·고시원비율↓> 기사에서 확인되듯 쪽방 건물과 거주자 수가 재개발 등으로 인해 감소 중입니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거주환경이 좋은 임대주택 선호도가 줄어들고, 오히려 쪽방 선호도가 증가한 겁니다.
 
다만 이는 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거나 신청해도 탈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게다가 쪽방촌엔 그동안 정이 든 이웃이 많고, 쪽방의 환경에 길들여진 탓에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길 꺼리는 경향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마련과 함께 쪽방 거주자가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아파트 형태의 임대주택에서는 쪽방에서 부를 수 없던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를 집으로 불러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다"며 "질병, 고독, 우울 케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서의 고립 문제 등은 주민 자치 조직이 관리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며 "중위 소득과 기준 중위 소득의 갭을 메우는 방식으로 사회 보장을 강화하는 게 탈빈곤에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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