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3자 특검법 '모르쇠'…한동훈의 '채상병 딜레마'
야, 연일 특검법 발의 압박…한 "여권 분열 포석" 거부
입력 : 2024-08-26 오후 4:56:4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제3차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발의가 결국 불발됐습니다.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26일을 시한으로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요구하며 재차 압박에 나섰지만, 한 대표는 "민주당의 여권 분열 포석에 따라갈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한 대표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약속대로 추진하자니 당내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논의를 사실상 장기전으로 가져갈 방침이어서 향후 정국에서도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수처 수사 결과 후 특검 논의…전당대회 때와 다른 행보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열흘 안에 법안을 발의하라'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난 16일 요구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느냐"며 "민주당은 정치 게임으로 봐서 (특검법으로) 여권이 분열될 것이란 포석을 두는 것인데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정 급하면 자기들이 대법원장 특검으로 독소조항을 빼서 새로 발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보면 특검은 수사가 진행된 이후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 의원이 '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 뒤 특검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한 대표도 이러한 입장에 공감을 표한 겁니다. 이를 비춰볼 때 한 대표의 발언은 '공수처 수사 결과 후 특검 논의'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저는 보훈적 성격에서 특검을 추진했고, 제가 처음 말한 이후에 변수가 생긴 건 맞다"며 "제 의견을 좁히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공수처 수사와 별도로 여당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시 한 대표는 그 대안으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제안하며, 공수처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도 한 대표의 특검법 발의를 재차 압박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에 취임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10명의 국회의원을 구하지 못해 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일국의 집권 여당 대표가 그 정도 능력조차 없는 바지 사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시간만 끈다면 진정성만 의심받게 될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상병 특검법, 여야 대표회담 변수…영수회담에도 순차적 영향
 
한 대표가 마냥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미룰 수 없다는 점에서 발의 시기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연일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여전히 채상병 특검법 논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실제 발의할 경우 자칫 당정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한 대표에겐 부담입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 의지에 따라 향후 여야 대표 회담의 성사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민주당은 여야 대표 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채상병 특검법 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대표 회담이 이뤄질 경우 특검법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여야 대표 회담이 진행된다면 채상병 특검법의 논의 결과에 따라 영수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정 정도 특검법에 대한 합의안이 나온다면 영수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