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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울분
입력 : 2024-08-28 오전 8:20:32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막연하지만, 단기간 내에 경제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격차가 심해졌고, 하필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몰려 살면서 서로 간 비교가 적나라한 영향으로 알고 있는데요. 
 
서울대학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국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울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였습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59.6%, 2020년 51.6%, 2021년 62.3%, 2024년 53.3%로 월등히 높은 과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독일의 경우 울분이 전체의 15.5% 수준으로 보고됐습니다. 
 
2.5점 이상의 '높은 울분' 수준 비율 역시 올해 조사에서 9.3%로 독일의 3.8%보다 높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해 구성원의 울분 감정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하는 대목인데요. 
 
울분(鬱憤)은 가슴 가득한 답답함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과 중첩하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극단적으로 화를 분출하는 ‘분노발작’뿐 아니라 ‘깊은 좌절과 무력감’이 함께하는 상태입니다. 우울증과 연관이 있어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울분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질병, 사망, 이별 등의 개인적 경험보다 공공기관, 직장·학교 등에서의 부당한 취급이나 모욕적 경험, 배신의 경험이 있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신을 사회의 위계에서 낮은 계층으로 귀속시키는 경우 스스로를 상위층에 두는 경우보다 울분 점수가 높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울분은 개인적 경험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셈인데요. 낮은 공정세계 신념, 낮은 계층인식, 주변의 몰인정·몰이해 경험이 주 원인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세상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공정세계 신념'에서 2030 연령대가 60대 이상보다 높게 나타난 점인데요. 한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 같은 60세 이상에서 ‘세상은 공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겁니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지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요.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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