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당원과 함께 국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이재명 인스타그램 캡쳐)
8·18 전당대회 슬로건에서 유효한 건 '당원'이란 한 단어뿐이었습니다. 스크린 영상에 사격선수 모습을 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등장하자, 전당대회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최고위원 후보부터 당원까지 모든 이가 '이재명 대통령'을 부르짖는 모습은 꽤 기이하더군요.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오면 좀 더 살 만해질까, 상상했습니다. 그러다 '왜 이재명이어야만 하는가'에 생각이 미쳤죠. 단지 '대안이 없어서'입니다.
이 대표는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가 싸울 상대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거악"이라며 "총구는 언제나 밖을 향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섬뜩했습니다. '우리'가 아니라면 그의 총구 앞에 서게 되는 셈이니까요.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제가 아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당내에선 "절체절명의 정권교체를 위해, 진보세력이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대의에 동참하라는 압박. 그동안 민주당에 던졌던 표를 회수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투표를 해왔던 걸까요.
오는 10월 이 대표에게 2개의 재판이 다가옵니다. 그 사건의 진실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당원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유죄 판결 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당원 주권주의'는 이미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올라탈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내릴 때는 아닐 겁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