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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한울본부 20대 사망…과다업무·사내갑질 의혹 터져
한수원 내부서 무리한 조직개편 여파 지적 나와
입력 : 2024-09-02 오후 4:01:2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2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한수원 내부에서 누적된 업무과다와 간부들이 갑질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급작스럽게 조직개편을 추진했는데,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부담을 호소했고 간부들의 갑질과 횡포도 심했다는 겁니다. 
 
경상북도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8월29일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한울본부 사택에서 20대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한울본부 제3발전소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은 A씨가 직장으로 출근하지 않자 사택을 찾아갔고, A씨가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타살 흔적이 없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한수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쌓였던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 직장 내 갑질 문화가 겹쳐진 가운데 발생한 비극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8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무리한 조직개편, 공기 단축과 정원 축소, 조직 내 소통부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 1호기 내부에 전시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모형. (사진=뉴시스)
 
한수원 관계자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 황 사장이 취임한 후 한수원은 원전 수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명분으로 조직을 개편했다”며 “정비관리체계인 기존 기술실을 엔지니어링실로 개편했다”고 했습니다. 또 “본래 엔지니어링이란 현장에서 전체 시스템을 파악한 뒤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 규명하는 업무까지 포괄한다”며 “기존 인력이 전체 매뉴얼을 파악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현장 사정이 고려되지 않고 무리하게 조직개편이 이뤄지니까 개인에게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 업무 과부하를 줄일 인력 충원·양성까지 실종됐습니다. 사망한 A씨도 한울본부 제3발전소 엔지니어링실에 일했습니다. 
 
다른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은 대략 연 1회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부품과 연료 교체, 정비 작업을 진행하는데 최근 3발전소가 그 기간이었다”며 “조직개편 이후 1년도 안 된 사이에 업무 강도가 심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수가 한수원 사장이 와서 원전을 수출한다고 무리한 조직개편을 추진했고, 이미 내부에선 이런 조직개편이 잘못됐다는 논의와 불만이 수차례 언급된 바 있다”며 “조직개편 이후 내부적으로 업무 분장도 명확하지 않고 소통도 잘 안 돼서 간부들의 강압적인 태도와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라고 했습니다.
 
경상북도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8월29일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 원자력본부에서 일하는 20대 직원 A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한수원 간부들의 갑질 행태와 조직문화를 성토하는 게시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실제 A씨의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한수원 간부들의 갑질 행태와 조직문화를 성토하는 게시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수원 직원이 작성한 한 게시글에는 “(A씨는) 평판이 좋고 다들 착하다고 얘기했는데, 윗선에서 공황장애가 올 만큼 책임을 물고 갈궜다”며 “가해자로 추정되는 간부들은 (발전소 내에 설치된) A씨의 분향소를 치우라고까지 지시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직원이 올린 글에는 “몇년 전부터 직원들 푸쉬하고 병가나 유연근무 정책도 쓰지 못하게 제한하면서 공기 단축, 정원 감축 등으로 직원들을 쪼으고 있다”며 “직원들 압박 잘하면 진급시켜 주고 그 적성에 맞는 간부들은 신나게 칼자루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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