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금융당국이 건설사들의 PF부실채권 사태 해결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 설립을 공식화한 가운데 건설사들의 반응은 호의적인 반면 일각에서는 건설사 경영부실을 은행이 떠맡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부실 건설사를 억지로 존속하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제가 될수 있다는 것.
◇ 건설사 "정부가 나서준다니...고마운 일"
하지만 건설사 측에서 배드뱅크는 당연히 ‘득’이 많은, 잃을게 없는 대안이다.
다만 설립 시기와 부실사업장 판단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늦은 감이 있지만 배드뱅크 설립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우후죽순 건설사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어느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두고봐야하지만 일단 줄도산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0위권 내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너무 냉정하게 채권회수에 나서고 있는데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사업성 있는 단지에 대해서는 좀 더 투자 해 주는 등 융통성있는 자금지원 역할을 기대한다”고 반겼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상반기 워크아웃 상태였던 A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인천지역 아파트 분양을 추진했지만 대주단의 매각압박으로 사업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집요한 설득으로 하반기 분양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을 조달 받아 회생의 기회를 잡은바 있다.
당시 은행단이 부실사업장을 선택할 때 사업성을 판단 기준을 세운다는 데에 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견건설사 홍보실 부장은 “한다면야 좋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알려진게 없어 말할 입장이 못된다"며 "사업성 여부를 판단하는 은행단의 기준 등 추가 계획이 나와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일부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배드뱅크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다.
한 대형건설사 홍보실 관계자는 “6월에 배드뱅크가 설립된다는데 그 전에 이미 상당수 중견건설업체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쓰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건설사 부실책임에 왜 은행자본 투입하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배드뱅크를 통해 건설사를 살기겠다는 대안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도산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은행을 움직이고 있지만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
한 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출자규모가 약 10조원이라 하는데 보통 건설사 PF가 5000억 이상"이라며 "과연 몇개의 건설사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의섭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이 돈내서 부실채권 산다는 건데, 건설업계가 너무 어려우니까 말을 들어준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고육지책아니겠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치상태인 민간 은행을 움직여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시장경제 질서를 원칙으로 하는 이번 정부에서 부실한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민간 은행을 움직이게 하는 건 아이러니”라며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가능성 있는 기업의 유동성을 돕는 개념인데 지금은 관치상태나 다름없는 금융기관을 움직이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