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MBC 1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의 상정 자체를 연달아 두 번씩 미룬 것과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사전 교감 아래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폭로하며 오는 8일 방문진 이사회가 김 사장의 해임안을 최종 부결시키면 방통위 상임위원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방문진, 박근혜측 전화 받고 갑자기 입장 바꿔"
방문진은 지난달 25일 김 사장의 해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해임안을 작성한 야당추천 이사들이 당초 제출키로 한 해임안을 이날 철회함으로써 표결은 물론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양 위원은 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10월23일 저녁에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가 청와대의 모씨와 그 다음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그날 밤에 엎어져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지난 10월25일 여야가 사실상 다 합의했고 그래서 김재철 MBC 사장 사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고 방통위 내부에서도 ‘25일 끝내겠네’라고 알고 있었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양 위원은 해임안 상정이 전격적으로 미뤄진 일에 대해 “구체적 증거까지 이야기할 수" 있고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에서 전화를 받은 방문진 이사 실명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서도 “임시이사회에 김 사장 해임안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감정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김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되면 이제는 다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오는 8일 방문진 이사회 결과를 보고나서 추가내용을 폭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위원은 또 김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해결에 대한 사퇴가 아니라 항의의 사퇴”라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한국 사회가 아무리 썩어문드러진 사회라 할지라도 최소한 이제는 책임지는 모습을 한 명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측면”이라며 “이후에 새로운 정권이 누가 되든지 간에 이런 식으로 후배들 데리고 장난치고, 거짓말하고, 그 다음에 말 바꾸고, 약속 어기고 하는 모습들을 기자 후배들, 피디 후배들, 방송사 후배들한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유물은 여기에서 끊어주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되면 사퇴할 것”
MBC 노조는 김 사장의 해임이 불발에 그치자 현재 파업 재개를 결의한 상태다.
양 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 책임을 강하게 거론하기도 했다.
양 위원은 “MBC 문제가 국회 개원의 마지막 걸림돌이었고 그래서 방통위가 사실상 합의서를 써서,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와 당시 한나라당의 이한구 원내대표한테 던졌다”며 “그렇게 해서 합의했던 게 ‘MBC 문제는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따라서 해결한다’, 이렇게 하면서 MBC 사장 처리 문제는 묵시적으로 동의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 8일 방문진 이사가 교체되고 나면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키겠다, 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아, 8월 말에 하자, 그 다음에 9월 중순에 하자, 9월 말에 하자, 이러면서 3개월을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새누리당이 MBC 파업관련 청문회를 계속해서 미루는 이유에 대해 “MBC가 그동안 권력 비판적, 그리고 자본 비판적 성격의 보도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MBC가 정상화되는 것은 대선에 불리하다고 정치적 주판알을 튕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 위원은 MBC 파행을 방치하는 방문진의 인사권자로서 방통위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아무리 악한 경영자가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방통위는 정부기관이고 권력이기 때문에 방송사에 직접개입하는 것은 권력이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임명이라는 것 자체는 무한책임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