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KBS의 대선 방송뉴스 좋지 않았다. SBS는 상대적으로 나았다. 상업방송으로서 균형은 갖췄다. 제일 안 좋았던 건 MBC다. 복수코딩이었기 때문에 맞는 평가일 것이다.”
18대 대선을 주제로 한 방송뉴스를 양적, 내용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완수 동서대 교수(영상매스컴학부)는 2012년 9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 3개월간 KBS,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3사의 대선후보 보도를 분석해 7일 발표했다.
분석대상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 뉴스>로 일요일을 제외하고 격일에 걸쳐 뉴스를 수집한 다음 보도의 ▲공정성 ▲균형성 ▲다양성 관점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어떻게 보도하고 프레이밍 했는지 비교 분석한 결과다.
이 교수는 한 뉴스 아이템 속에 나타난 개별 후보의 신(scene)을 분석단위로 삼아 개별 후보자의 보도 순서, 보도 주제, 보도 분량, 숏의 거리, 앵커와 기자의 보도태도, 특정사안에 대한 후보자 반응 등을 살폈다고 밝혔다.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 KBS, MBC 보다 상업방송 SBS의 공정성이 상대적으로 나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3사 공히 이전 대선보도와 비슷한 문제를 노정했다는 점에 있다.
방송이 ‘이미지 매체’이자 ‘시간 매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18대 대선의 방송뉴스 역시 명백히 실패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50초..문재인 36초..안철수 33초
이 교수는 KBS, MBC, SBS의 후보별 평균 보도시간을 살핀 결과 박근혜 후보가 신(scene)당 50초로 가장 많았고 문재인 후보 36초, 안철수 후보 33초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터뷰 순서도 1순위에 박근혜 후보가 등장한 경우가 33%로 가장 많았다.
문재인 후보는 18.4%, 안철수 후보는 6.1%로 그 뒤를 이었다.
당 관계자 인터뷰도 새누리당이 1순위 인터뷰이를 등장한 경우가 15.4%로 가장 많았고 통합민주당 7.9%, 안철수 캠프 1.8%로 나타났다.
◇기술적 편파성은 줄어..그러나 여전히 단독숏 많은 박근혜
박 후보의 경우 단독숏이 상대적으로 많은 특징도 드러났다.
단독숏 비율은 박근혜 13%, 안철수 5.7%, 문재인 4.8% 순으로 나타났고 군소후보는 미미했다.
이 교수는 “후보자 뉴스 구성방식에서 세 후보를 동시에 내보내는 빈도가 가장 많았지만 개별 후보별 단독보도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가장 많아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비해 유리한 조건의 혜택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술적 편파성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3사 모두 후보자 가슴 위나 얼굴을 비추는 클로즈숏(95.6%)이 절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또 각 후보의 표정을 ▲웃는 모습 ▲무표정 ▲심각한 모습 ▲진지한 모습 ▲기타 등 5가지로 나눠서 영상을 비교했을 때 후보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진지한 모습을 전하는 비중이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웃음’..문재인 ‘심각’..안철수 ‘진지’?
다만 후보별 영상태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3사 모두 웃는 모습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문재인이나 안철수에 비해 더 많이 다룬 데 비해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심각한 모습에 비중을 둬 다뤘고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3사 모두 진지한 모습을 가장 빈번히 다뤘다”고 지적했다.
방송3사 앵커의 멘트 역시 후보와 관계없이 중립적 멘트가 주류를 이뤘다.
후보자에 대한 기자의 보도태도 역시 중립보도가 절대적으로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3사 모두 앵커와 기자 멘트가 “사실 전달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중립보도’의 경우 박근혜 후보(84.2%)가 문재인(61.1%), 안철수(61.9%)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특징이 있었다는 평가다.
또 박근혜 후보에게 거의 없던 ‘부정보도’가 문재인(3.4%) 안철수(1.2%) 후보에게선 다소 있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화합 보단 갈등 프레임..동정보도, 군소후보 소외 여전
후보에 대한 프레임 분석에서는 3사 모두 화합 보다는 갈등 프레임 위주로 다뤘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대통령 선거전을 국민간 연대와 화합을 실행하는 동기로 삼기보다 대립하고 논쟁하는 갈등적 구조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당관련 보도에서 상대정당과 후보에 대한 공방과 논평이 주류를 이룸으로써 갈등 구조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MBC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갈등 프레임으로 다루긴 했지만 KBS, SBS가 이에 대해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또 SBS가 박 후보를 문 후보, 안 후보에 비해 다소 갈등적으로 다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고질적 동정보도 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보도주제는 정책이나 공약사항을 많이 다뤘다는 점에서 이전 보다 나아졌지만 후보자의 공식활동이나 선거캠페인과 같은 행보도 지나치게 많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별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KBS의 경우 박근혜 후보에 대해 공식활동과 캠페인을, MBC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다른 정당과 후보에 대한 공방과 논평을, SBS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 다른 정당의 공방과 논평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편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MBC는 후보의 스캔들, 선거법 위반, 다른 정당과 후보의 공방, 논평을 상대적으로 많이 다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강지원, 심상정, 이정희 등 군소정당 후보는 정보원, 혹은 인터뷰이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대선보도의 문제로 지적했다.
◇"MBC 최악" 한목소리
이날 토론은 한국방송학회가 ‘제18대 대선 선거방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것이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MBC 보도가 최악이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50일 동안 방송뉴스를 살핀 결과 'MBC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도식이 있었다”면서 “이를 테면 박근혜 후보가 뉴스에 등장할 때는 주변인의 함성이 크고 문재인 등 야권 후보가 등장할 때는 주변의 소리도 산만하게 방송된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후보의 발언 뒤 사람들의 피드백이 밝게 잡히는 반면 문 후보의 피드백은 썰렁한 반응이 같이 잡힌다고 꼬집었다.
이재강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현장에서 심각성을 많이 느끼는데 맨 앞에는 MBC가 있다”며 “어제자 톱뉴스는 당연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만난 것이 돼야 하는데도 MBC는 1번부터 6번 리포트까지 날씨 이야기만 하다가 7번째로 둘의 회동을 다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