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내년 석유화학산업의 업황을 놓고 증권가와 업계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는 영업이익 개선의 지표인 '스프레드'가 점차 예년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반면, 업계는 "아직 그런 반등의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증권가는 17일 내년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석유화학제품 대량 소비국들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기업들은 폴리염화비닐(PVC)과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BR) 등 법용 제품에 투입되는 원료 가격과 제품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커져 이익률이 커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올 상반기 가격 스프레드는 대부분 제품에서 지난해 말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똑같은 양을 팔았다해도 이득은 반밖에 얻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세계 경기 불황 장기화로 매출마저 감소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2012년은 '고난의 해'였다.
하지만 지난 3분기부터 이 스프레드가 예년의 3분의 2 수준까지 회복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잇달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호석유 여수 공장(자료제공=금호석유)
또 시진핑 정부가 밝힌 내수경기 활성화로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이 진행되고, 미국은 '재정절벽' 극복 방안이 크리스마스 전에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증권가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이런 '장밋빛' 전망에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선 증권가에서 주장하는 미국과 중국 경기회복 시그널이 실제 기업 실적과 영업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기지표가 1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14만6000개 증가,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실업률(7.7%) 등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경기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이런 효과가 국내 기업의 실적 향상에 보탬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재정절벽 합의안 발표가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기대감마저 축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기 전망' 견해차 커
특히 중국 경기에 대한 전망에서 견해차가 크다.
증권업계는 중국의 타이어 제조사들이 그동안 쌓아놨던 타이어 재고품을 전부 소진해 이번 4분기부터 합성고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한 증권가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세이프가드 종료로 두자릿수 대의 관세율이 기존 수입관세 4% 수준으로 하향돼 중국산 타이어의 대미 수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금호석유화학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무려 4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말하는 중국타이어 재고 소진 등의 호재로 금호석유화학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지금 타이어값이 오르지 않고 있어 합성고무 가격도 정체기"라며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 어떤 회복의 시그널도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의 수출량이 특별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않으면서, 이번 4분기와 2013년 실적이 지난 3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순수 석유화학 경기도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석유화학 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이었기 때문에 내년에 실적이 악화되지 않는 것이지 실적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가 약화되겠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회복도 예상돼 내년 석화업계 전망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