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모바일시대를 맞아 빠르게 부상 중인 OTT 서비스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규제 근거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OTT(Over The Top)는 셋톱박스 없이 이용 가능한 동영상서비스로 최근 수년 사이 런칭과 이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방통위가 규제안을 마련하면 속속 등장하는 뉴미디어에 대한 첫 가이드라인으로 의미를 지니게 된다.
◇OTT 규제안 어떤 내용?
방통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규제안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뭉뚱그린 OTT 사업자에 방송법과 IPTV법을 적용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인터넷TV사업 범위에 ‘방송사업자가 제작한 방송콘텐츠를 채널 또는 VOD로 제공하는 사업자’까지 포함시켜 관련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안이다.
진입 규제는 허가·승인제가 아닌 등록제를 채택,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미디어포럼에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학자들마다 OTT 규정이 다 다르다”면서 “국내도 '푹'이나 '티빙' 등 관련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OTT 사업자를 구획짓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규제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방통위가 검토 중인 규제안은 UCC 기반의 유튜브나 아프리카TV를 규제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두 매체가 VoD는 물론 실시간방송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방송 규제, 광고심의 등 쟁점
방통위의 검토안 가운데 특히 외국방송 규제와 광고 심의를 놓고 사업자들의 반대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송법을 적용하면 국내 OTT 사업자가 외국방송을 재송신할 경우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해외사업자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사업자에만 족쇄를 채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콘텐츠 유입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면서 “훌루 같은 해외업체엔 손도 못 대면서 아직 맹아단계인 국내사업자만 때려잡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한쪽은 규제대상이고, 한쪽은 규제망에서 빠져 있는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광고심의의 경우 광고유형과 광고시간, 광고횟수 등은 규제목록에서 제외했지만 병원광고와 청소년유해물 광고는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지상파방송에 버금가는 내용심의가 적용될 수 있다.
◇첫 가이드라인으로 의미는 있는데..
OTT 규제안은 논의초기단계라 내용상 세밀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럼에 참여한 관계자들도 안을 좀 더 구체화 한 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포럼에 자문 자격으로 참여한 관계자는 “OTT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규제안을 만드는 작업은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더라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어진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나오고 있는 통합법 논의 안에서 이 내용을 소화하는 방식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