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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10년)①카드사는 동네북..원죄 때문에
금융당국, 카드대란 이후 건전성 규제 강화
입력 : 2013-05-22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신용카드업계의 최근 형편은 말이 아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과당경쟁, 카드발급 규제에 따른 건전성 관리 강화 등 대외적인 압박의 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매년 고공행진 하던 신용카드사의 수익성도 하락을 넘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수익성 하락에도 강도높은 정부의 규제를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난 2003년 과당경쟁으로 발생한 카드대란의 `원죄` 때문이다. 카드대란이후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카드업계는 또 다른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10년 전 카드대란 때의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보고 향후 카드업계가 나아갈 방향과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카드사는 수신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의 경영부실로 일반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카드대란이 일어나기 이전 2000년초 학계에서는 급증하는 카드발급과 연체율에 대한 우려에 이같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학계의 분석은 철저히 빚나갔다.
 
카드 돌려막기로 빚을 막았던 저소득 저신용자들이 2003년 극에 달하면서 빚 갚기를 포기하는 사태가 급증하면서 카드대란은 터지고 말았던 것.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현 금융채무불이행자)가 240여만명이 양상됐으며, 이들중 70여만명에게 채무조정 비용으로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지원됐고 카드사도 수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덕분에 카드업계는 처절한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22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당시 학계에서는 카드사는 수신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실 피해에 대해 크게 걱정을 안했지만 실제로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며 "카드대란 이후 감독기조는 달라졌으며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 규제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진작 위해 카드 활성화..부실 키웠지만 매는 카드사가 맞아
 
"지지부진했던 LG카드 부실을 정상화하기 위해 LG그룹과 채권은행 담당자들을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러 협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결국 LG그룹과 채권은행간의 첨예한 대립을 풀고 정상화에 합의를 했다."
 
2004년말 카드업무를 담당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업계 1위 카드사의 힘들었던 구조조정 과정을 회고했다.
 
청산위기에 놓였던 LG카드가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겨우 얻어 생존할 수 있었다. LG카드는 경영정상화 이후 2007년 신한카드와 합병됐다.
 
카드사의 구조조정은 LG카드 뿐만 아니었다. 2003년에 #국민카드는 모회사인 국민은행으로, 2004년에는 외환카드와 우리카드가 각각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으로 흡수 합병됐다.
 
삼성카드(029780)는 그나마 삼성그룹으로부터 5조원을 수혈받아 전업사로 생존할 수 있었다.
 
카드대란은 카드시장의 통폐합 등으로 시장의 재편과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초 카드대란의 배후에는 금융당국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카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며 카드사용을 부추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카드사의 일반대출업무를 허용하고 신용판매 이외에 현금서비스 등의 부대업무가 6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월 70만원으로 정해져 있던 현금대출한도를 없애고 카드사용액에 대해 연말 소득공제까지 도입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는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방안을 선택했고 신용카드사들에게 외형경쟁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이에 신용카드사들은 퍼주기식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경제활동 1인당 카드 보유수는 1999년 1.8장에서 2000년 2.6장, 2001년 4.0장, 2002년 4.6장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카드대란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현금서비스 이용실적도 1998년 32조7000억원에서 2000년 145조3000억원, 2002년 357조6000억원으로 1998년 대비 10배 이상 폭증했다.
 
카드 연체율도 2000년 5.2%에서 2003년 28.3%로 급격히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외형을 키우기 위해 퍼주기식 카드발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부실 위험이 급증한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였다.
 
A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현금서비스 비중이 높았고 외형경쟁이 가열된 상황에서 신용정보 인프라 미흡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카드대란이 발생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제2의 카드대란은 없지만 여전히 매맞는 곳은 카드사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사 모두 철저한 사전 관리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카드사 건전성은 카드대란과 비교해도 안정적인 수준이다.
 
2012년 12월말 카드 연체율은 1.85%로 전분기 2.02% 대비 0.17% 감소했다. 2003년 카드대란 뿐만 아니라 이전 평균 5~10% 대의 연체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카드자산은 80조7000억원으로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카드대란의 주범이었던 카드대출은 2012년 12월말 99조7000억원으로 2003년 대비 3배 가까이 줄어들었다.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수익성을 접어두고 공익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를 법령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해 반강제적인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카드업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영세가맹점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사용규모가 늘어날 수록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체크카드도 금융당국의 활성화 정책으로 신용카드에 준하는 부가서비스를 탑재해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4월말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전월대비 30.0% 증가해 신용카드 증가율인 5.3%를 크게 앞질렀다.
 
또 은행은 법원 판결로 책임을 회피했던 보이스피싱 문제도 카드사는 먼저 나서서 소비자에게 채무액을 일부 면제해주기까지 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은행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과도한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카드대란의 원죄 때문에 금융당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지시에 고분고분 잘 따르는 이유는 그동안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리스크관리 소홀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은 그동안 잘못돼 있는 부분을 고쳐나가는 과정이고 공격적인 영업과 리스크 관리가 잘안됐던 부분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강하게 잡아가고 있어 카드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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