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경제방송에서는 여성앵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일터에서 지켜본 결과 이들은 방송계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차갑고 냉정한 자본시장에서 전문가 뺨 치는 지식을 쌓아가면서도 한결같이 시청자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 특유의 친화력,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 아래 숨은 전문지식이 경제방송 여성앵커들에게 있다.
신간 <쏙쏙 뽑은 재테크 기본>의 저자 한은정도 부드러움 아래 숨겨진 전문지식과 뚝심이 빛나는 경제방송 앵커 출신 기자다. 저자는 뉴스토마토 기자로 일하면서 토마토TV의 앵커로서 오랫동안 시청자들과 만나왔다. 두 가지 경력을 함께 쌓아온 덕분인지 책 머리말에서부터 조곤조곤한 말투, 분명한 집필의도가 함께 드러난다.
토마토TV의 프로그램인 '돈도사들의 토크'와 '레알머니'를 진행하며 돈 때문에 웃고 우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오랫동안 만나온 저자의 경험이 이 책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책은 재테크의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들에서부터 살벌한 자본시장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독자를 상대로 '재테크의 기본'을 강조한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재테크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필자가 이 책의 리뷰를 쓰기까지는 상당한 내적 부침이 있었다.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즐기면서 살자는 게 본인의 기본 성향인데 재테크 책 리뷰라니 요새 말로 '멘붕'이 왔다. 그런데 막상 책을 어렵사리 펼치니 책장이 천천히 넘어가기 시작했다.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관과는 별개로 돈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을 거는 듯하다. '돈 고민, 하기 싫고 힘드시죠? 하기 싫어도 기본은 챙기셔야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친근한 어투만으로 승부하는 책은 아니다. 국제부, 증권부 기자를 거치면서 다년 간 주식시장과 함께 호흡해온 저자의 공력이 책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서울특별시 저소득층 금융컨설팅 상담위원으로 재능봉사 중인 주상희 라온하제 라이프 파트너스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전문 재무컨설턴트로 활약했던 김태남 머니코치 대표의 감수까지 거쳐 신뢰를 더했다.
건강을 위해 당의정을 먹는 기분으로 책을 독파했다. '돈, 알아야 번다', '이렇게 모으고 이렇게 불려라', '보험설계는 꼼꼼히 촘촘히', '은퇴 설계를 서두르자' 등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표면상의 이미지와는 달리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자산관리의 기본 정신을 강조한다.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제게 필요한 것은 체지방측정기, 재테크가 고민인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산관리지수'라는 저자의 솔직한 말투는 반항기 많은 독자도 거부하기 힘든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나에게 맞는 자산관리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A부터 Z까지 저자가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가장 먼저 눈길이 머문 대목은 생활밀착형 자산관리 방법이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삶을 저버리지 않는 돈 관리'라는 큰 목표 아래 구체적인 삶의 이슈들을 소제목으로 뽑아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출산계획보다 출산재무계획을 강조하고 교육비보다 노후 준비를 내세우며, 돈 잘 빌리고 잘 갚는 방법을 다루는 식이다. 월급에서 보험, 대출원리금 상환, 저축과 투자, 생활비의 적정 비중을 제시한 대목도 실생활에서 참고할 만하다.
재산관리의 기본기 정도는 미리 다져둔 독자라면 좀더 구체적인 투자상품을 다룬 2장을 보면 된다. 내게 맞는 찰떡궁합 펀드 찾기나 국내 주식시장 투자 외에도 돈에 조금 눈을 뜬 독자가 관심을 둘 법한 해외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금 재테크, 채권 투자 등도 살짝 맛보기 식으로 소개된다. 차근히 읽다 보면 시장에서 떠도는 수많은 투자상품의 이름, 낯선 경제용어에 대한 기본 개념 정도는 정확히 잡을 수 있다. 끈기와 성실을 갖춘 독자라면 향후 투자생활의 좋은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사실 본격적인 투자를 하려면 이 책 외에 해외와 국내 시장의 흐름에 대한 꾸준하고 지속적인 공부가 필수적인 데 저자도 이 점을 잊지 않고 강조한다. '잇(it) 금융상품'에 넘어가지 말라고 조언하는 점이 믿음직스럽다.
<쏙쏙 뽑은 재테크 기본>은 이처럼 어깨에 힘 빼고 저자 스스로 궁금했던 금융지식뿐만 아니라 이미 알던 것까지도 일일이 금융전문가들에게 물어가며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재테크 초짜'말고도 다양한 연령대의 투자자 층에게 유의미한 지식이 담겨있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 속에서 줏대 없이 흔들리지 않고 '자기 관리'라는 거시적 목표 아래 재테크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신중한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번 보고 버리는 게 아니라 곁에 두면서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경제서적이라는 점도 반갑다. 책을 내려놓은 후에도 한참동안 저자의 집요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연봉보다 나의 순자산이 나이와 연소득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중요해요.', '자산형성이 안 된 상태에서 성급한 투자는 절대 금물입니다. 공격적 재테크를 모두 중단하고 일단 부채와 재무관리에 집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