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상상콘텐츠기금 마련을 위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게임 업계가 들끓고 있다.
영업이익의 5%도 아닌 콘텐츠 유통 매출의 5%까지 부담금으로 징수할 수 있어, 법안이 발의된다면 수익률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의 CEO는 “그냥 게임법인 설립 금지법을 만들어라”라는 격한 표현을 자신의 SNS에 남기기도 했다.
◇상상콘텐츠기금의 정체는?
지난 3일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 외 11명은 공동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안의 핵심은 콘텐츠산업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상상콘텐츠 기금’을 설치할 수 있으며, 콘텐츠 유통을 통하여 발생한 매출액의 100분의 5의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법률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지난 4월 문화부가 예술과 콘텐츠 간, 개인과 기업 간 융·복합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7000억원의 상상콘텐츠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국고 출연금’이나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산업체들에게 ‘부담금’을 징수하는 기금을 산업진흥기금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논란을 낳고 있는 상상콘텐츠기금도 이 같은 산업진흥기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행한 ‘보건산업 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 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과학기술진흥기금, 영화발전기금,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등 산업진흥관련 기금이 총 14개가 존재한다.
이들 기금들은 운용목적에 따라 기업들에게 징수하는 부담금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2009년까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기업체 부담금 비율은 92.7%이며, 전력산업기반기금(92.6%), 정보통신진흥기금(71.7%)이다.
반면, 영화상영관 입장권에서 3%를 징수하는 영화발전기금의 부담금 비중은 22.4%이며, 중소기업창업 및 육성기금은 0.6%만이 부담금으로 징수된다.
◇상상콘텐츠 기금 누가 얼마나 부담하나?
이번 법안 개정안 작업을 진행한 문화부 실무 담당자에 따르면 연 매출 3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만 징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 중 3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은 대부분 게임회사들이기 때문에 게임 업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의 지난해 콘텐츠 유통(인터넷매출·로열티매출)은 약 1조1000억원으로 매출의 5%는 550억원에 이른다.
이 외에도 지난해 7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엔씨소프트는 375억원을 각각 부담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게임업체 매출 상위 10개사가 부담하게 될 금액만 약 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중 산업 비중이 가장 큰 높은 곳은 출판산업이지만 1위 유통사인 교보문고의 지난해 매출액이 5800억원으로 넥슨의 절반 수준이다.
또 1위 출판사인 시공사의 매출액이 442억원 가량에 불과하고, 연매출 100억원 미만의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으로 기금을 부담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장 큰 음원 유통 채널을 가진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총 매출이 공연 등 기타 매출을 모두 합쳐 18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결국 게임업계가 부담할 금액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다.
◇업계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4월 7000억원 규모의 상상콘텐츠기금을 마련해 ‘콘텐츠코리아랩’과 ‘콘텐츠공제조합’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을 때, 문화부는 “국고와 기존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고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기금의 상당 부분을 국고로 충당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최대 매출의 5%라는 큰 부담을 기업들에게 지어주는 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고 부담이 높은 신규 사업 예산들은 거의 통과되기 힘든 분위기"라며 “최근 산업진흥기금의 형태를 보면 국고에서 많은 지원을 받는 기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상콘텐츠기금 마련도 결국 국고보다는 기업들의 부담금으로 대부분 충당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문화부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상상콘텐츠기금’은 무조건 운용해야 하지만, 애초에 국고 지원이 어려워 기업들에게 부담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기금이었던 것이다.
이때문에 문화부가 애초에 모든 사정을 알았지만 '말바꾸기'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산업진흥기금의 특성상 게임업계가 가장 많은 금액을 부담하지만, 그 비율만큼 게임업계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산업 전반에 걸쳐 재투자되는 것 아니냐?”며 “결국 우리 돈으로 국가가 폼을 잡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게임 산업이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내게되지만 게임산업에 그 비율만큼 재투자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기금의 취지가 콘텐츠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같이 노력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향후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담금의 규모와 부담 대상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본다”며 “결코 업체들의 사업에 무리가 있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