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질적으로 비교한다면 어느 페스티벌과 붙어도 자신 있습니다."
민간 주도로 열리는 국내 대표적 춤 축제인 창무국제무용제의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말 축제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김매자(71) 창무국제무용제 대표를 18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창무국제무용제는 한국 창작춤의 대가이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포스트극장 대표, 무용 월간지 '몸' 발행인 등 다양한 직함을 지닌 김매자 대표의 20여 년 간 피와 땀이 어려 있는 축제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축제에 관한 이모저모를 털어놓는 자리에서 김 대표는 개인의 주도로 20여 년 전부터 이끌어가고 있는 국제무용제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창무국제무용제는 우리나라 국제예술축제 중 가장 오래 된 행사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통한 우리 춤의 세계화, 춤 예술의 진정성 탐구와 실험을 모토로 하는 뜻 깊은 춤 축제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운영되면서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부족이다.
"5년 전에 돈이 없어 축제를 그만 두려 하다가 의정부예술의전당과 인연이 닿아 2년을 보내고, 지난해부터 고양아람누리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죠."
김 대표에 따르면 국제 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축제의 공식예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받은 지원금 4000만원이 전부다. 이밖에 고양문화재단의 고양아람누리 극장 대관 지원, 민간 지원금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축제 총예산은 총 2억원 수준이다.
"이 정도 돈으로 국제 행사를 한다는 건 상상을 못할 거예요. 축제가 시작된 이래 20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자금문제로 중간에 두어 차례 축제를 쉰 탓에 올해 축제는 이제 19회 차입니다."
최근 국제적 규모의 무용축제가 많아졌지만 김 대표는 창무국제무용제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서로 교류하고 공부하는 의미로 축제를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돈을 들여 외국공연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5년 전부터는 외국 프로듀서가 우리 작품을 사 가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축제도 많아진 요즘, 외국 작품만 사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좋은 작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큰 축제를 만들기보다는 양질의 교류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축제 초창기부터 국내와 국외 작품 모두를 아우르며 현대창작무용의 흐름을 짚으려 노력했다. 창무국제무용제는 첫 회 부토 페스티벌 소개 이후 아프리카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유럽의 초창기 전위예술과 현대무용 등 해마다 특정 주제 아래 공연한 바 있다.
오는 6월29일부터 7월7일까지 고양아람누리 내 아람극장과 새라새극장, 서울 포스트극장에서 열리는 올해 축제에서 힘 주어 소개하려는 지역은 중동이다. 현대무용 바람이 불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비롯해 한국·미국·러시아 등 총 5개국 14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뉴욕댄스페스티벌과 도쿄페스티벌의 프로그램 디렉터 등 외국 프로듀서를 축제에 초청한 것이다. 이들에게 선보일 '수출용 작품'을 고르기 위해 춤 평론가와 전문가 등의 검증을 철저히 거쳤다.
"요새 해외진출을 많이 하는데 테크닉만으로는 승부하기 힘들어요. 결국 한국적인 현대무용이어야 해외 진출도 가능하고 외국인에게나 우리에게나 의미가 생겨요. 우리 정신과 춤의 구조적인 틀을 볼 수 있는 데는 오직 창무국제무용제라 자부합니다. 춤을 한번 보여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춤이 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축제라고 생각해요."
창무국제무용제는 앞으로도 창작자들의 해외진출 창구가 되기 위해 적극 힘쓴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춤을 모으는 장소'라는 이 축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 닿는 데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나이가 많으니 자금 모금을 위해 발로 뛸 수도 없고, 제가 아는 네트워크 가지고 반으로 가격 깎으면서 하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우리 작품이 자신 있다고 생각하니까 힘 내서 하는 거죠. 공연 정말 좋아요. 꼭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