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야권의 유력 잠룡으로 꼽히던 정치인들이 1년 5개월여의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은퇴를 선언했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목표인 야권 전체로선 소중한 자산들을 떠나보낸 셈이다.
야권의 대권 주자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7.30 재보선에서 낙선한 직후인 31일 전격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31일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사진=박수현 기자)
손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난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혀 21년 정치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이어 "국민 여러분께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면서 "저의 꿈을 이제 접는다"고 재확인했다.
여당의 텃밭인 경기 수원병(팔달) 생환을 발판으로 다시 한 번 '저녁이 있는 삶'을 대한민국에 실현하는 도전에 나서려던 그의 꿈은 정치신인에게 가로막혀 무산되고 말았다.
2007년 대선은 정동영 후보에게, 2012년은 문재인 후보에게 패해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 했던 그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올해 68세인 손 상임고문은 여유로운 미소를 남긴 채 무대에서 퇴장했다.
손 상임고문에 앞서 지난해 2월 19일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치를 떠난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는 트위터 글을 남기고 자유시민으로 돌아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권 정치인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기도 했던 유 전 장관은 제3당의 안정적 원내 세력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자신의 정치 역경을 실패로 규정하고 지식소매상으로 복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 (사진=박수현 기자)
박근혜 정부 중반 정국 주도권을 좌우할 재보선에서 무참히 참패한 야권은 유력 인사들마저 속속 은퇴를 선택해 당분간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할 처지다.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시련이라는 점에서 고군분투가 예상된다.
"저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새로운 각오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손 상임고문의 마지막 당부를 야권이 새겨듣고 치열하게 개혁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인물난으로 차기 대권 후보를 구하는데도 애를 먹을지는 야권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