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남자 농구대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세대교체의 시작점으로 이어져야 할 상황이다.
유재학 감독이 지휘한 남자 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이란과 경기에서 79-77로 이겨 금메달을 땄다.
2002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 대표팀은 문태종(LG)과 김주성(동부)으로 대표되는 베테랑과 양동근(모비스), 조성민(KT), 양희종(KGC), 김태술(KCC)로 이뤄진 주축 선수들의 호흡이 빛났다.
신예 선수인 김선형(SK), 오세근(KGC), 김종규(LG), 이종현(고려대) 등도 팀에 잘 녹아들어 약 5개월간의 값진 준비 과정을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 농구대표팀. ⓒNews1
사실상 문태종과 김주성의 마지막 대표팀 참가였다.
대회 내내 고비마다 3점슛을 터뜨린 문태종은 이번 대회 평균 17.4점을 넣어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이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김주성은 중요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블록슛을 더하며 2002 부산 대회 이후 자신의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투혼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떠나는 베테랑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주축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제2의 문태종과 김주성이 나와야 아시아 정상을 지킬 수 있다.
◇대회 내내 국내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문태종. (사진=임정혁기자)
다행히 포석은 깔렸다.
오세근이 군 복무 중임에도 금메달을 따면서 민간인이 됐다. 이날 결승전까지 매 경기 마다 거수경례를 하며 등장한 오세근은 '일병' 계급장을 떼고 당장 오는 11일 개막하는 프로농구 무대에 뛸 수 있다. 김선형, 김종규, 이종현도 병역특례를 받으며 군대 공백 없이 꾸준히 프로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김종규는 "이것(금메달)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힘든 시기를 많이 거쳤다. 결과가 좋아서 정말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며 "감독님도 말씀하셨듯이 행운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더욱더 노력하고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종규가 언급한 '행운'은 금메달의 영광과 함께 병역특례에 따른 선수 생활 공백기가 없어짐을 뜻한다.
선수들의 노력과 더불어 농구계 차원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유재학 감독은 사견임을 전제한 뒤 ""대표팀을 2년 연속 맡으며 피부로 뼈저리게 느꼈다. 카자흐스탄, 이란, 필리핀, 대만, 일본 등 모든 팀의 전력이 이제 다 올라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선수 중 1대1로 수비 한 명을 제칠 수 있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기본적인 기술이 안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KBA(대한농구협회)나 KBL(프로농구연맹)에서 짧게 보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길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소년 차원에서부터 기본기와 기술을 탄탄히 다져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는 문태종도 미국에서 자라 30대 중반에서야 한국에 온 귀화 혼혈 선수다.
◇소속 팀 울산 모비스를 뒤로 한 채 농구대표팀에만 집중한 유재학 감독. ⓒNews1
전임 감독제에 대한 생각도 유 감독은 전했다.
유재학 감독은 "전임 감독제가 분명 필요하다. 세계 농구와 아시아 농구의 흐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전임 감독은 청소년 대표와 대학 선발 등에 필요하다. 성인 대표팀은 그들을 데리고 전술적인 부분만 준비해 국제대회에 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농구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중국만 꺾으면 아시아 무대 정상이 가능했던 것과 달라졌다.
아시아 국가들의 농구 수준이 올라간 상황에서 한국도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