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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김선형의 더블클러치, 비결은 '예측'
입력 : 2014-11-06 오전 8:58:3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하이라이트 제조기'로 불리는 서울 SK의 김선형(26·187cm)이 더블클러치를 장착했다.
 
국제대회에서까지 과감한 덩크슛을 터뜨리던 그가 수비를 돌려세우는 여유까지 깨달았다.
 
공중에서 수비를 피해 림에 공을 올려놓는 더블클러치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나 자주 보던 장면이었다. 기본적으로 점프력과 체공 시간이 받쳐줘야 하며 빠른 상황 판단까지 필요한 고급 기술이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조성원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선수 시절 이따금 시도했으나 그 이후로는 자주 보기 힘든 기술이었다. 강병현(KGC인삼공사)과 김효범(KCC) 등이 가끔 선보였으나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 더블클러치가 올 시즌 김선형 덕분에 국내 프로농구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선형은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2번의 더블클러치를 모두 4쿼터 승부처에서 터뜨렸다. 김선형의 승부처 더블클러치가 터진 날 SK는 그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서울 SK의 김선형. (사진=KBL)
 
◇오른손 역회전 더블클러치
 
김선형은 지난 5일 부산 KT와 경기에서 4쿼터 1분33초를 남기고 더블클러치를 선보였다. 65-61로 근소하게 앞서던 SK는 김선형의 화려한 플레이에 힘입어 점수를 67-61로 6점까지 벌렸다. 탄력을 받은 SK는 72-61로 경기를 마치며 4연승을 신고했다.
 
반대로 KT는 마커스 루이스와 송영진이 김선형 한 명에게 뚫리며 추격 의지가 꺾였다. 김선형의 더블클러치 이후 KT는 무득점에 그친 채 경기를 끝마쳤다.
 
왼쪽 3점슛 코너 부근에서 공을 잡은 김선형은 지체 없이 왼손 드리블로 앞에 있던 루이스의 오른쪽 어깨를 파고들었다. 루이스는 김선형을 막으러 달려 나오다 역동작에 걸려 길을 내줬다.
 
김선형의 빠른 판단은 송영진의 도움 수비도 벗겨냈다. 이미 송영진이 다가왔을 때 김선형은 왼발로 뛰어올라 오른손 레이업 슛을 시도했다.
 
물론 송영진도 포기하지 않고 긴 팔을 이용해 슛을 저지하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김선형은 슛을 시도하지 않고 공을 접고 내려오다 재차 오른손으로 역회전을 넣어 공을 높게 올렸다. 김선형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림에 빨려 들어갔다.
 
경기 후 김선형은 "원래 애런(헤인즈)이 탑(3점슛 정면 지역)에서 민수형에게 넘겨주는 공격이었는데 민수형이 저한테 스크린을 와줘서 제게 그런 찬스가 났다"고 겸손해 했다.
 
◇김선형의 오른손 더블클러치.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이미 작정한 왼손 더블클러치
 
김선형의 또 다른 더블클러치는 앞서 지난달 21일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나왔다.
 
이날도 김선형은 4쿼터 6분22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더블클러치에 성공했다. SK는 승부처에서 김선형의 화려한 득점으로 54-48까지 달아나며 이날 경기를 64-61로 이겼다.
 
김선형은 오른쪽 45도 3점슛 선상에서 공을 잡았다. 자신의 수비가 팀 동료 헤인즈의 스크린에 걸린 것을 안 김선형은 과감하게 골밑으로 달렸다.
 
그러자 이번엔 반대편에 있던 최현민이 자신의 수비를 버리고 도움 수비를 와 팔을 뻗었다. 이미 오른손 레이업 슛을 하러 공중에 뜬 김선형은 림을 그대로 지나쳐 최현민을 등 뒤로 보냈다.
 
이후 김선형은 림 반대편에서 왼손으로 손을 바꿔 레이업 슛을 넣었다. 슛 각도가 왼손으로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김선형은 자주 쓰지 않는 왼손으로 득점했다.
 
특히 이 더블클러치에서 빛난 점은 김선형의 예측이다. 김선형은 이 더블클러치 시도 당시 오른발로 점프를 뛰고 오른손 레이업을 시도하는 척했다. 이미 자신에게 수비가 다가올 것을 예상하고 왼손 레이업 슛할 때 도움닫기를 하는 오른발로 뛰어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른손 레이업 슛을 하려면 왼발로 점프를 뛴다. 그래야 림을 향한 좋은 각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김선형의 왼손 더블클러치.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림을 끝까지 보는 기본기의 산물
 
설준희 연세대학교 교수는 2002년에 쓴 자신의 책 <슈팅학>에서 "레이업 슛 실수의 주된 원인은 선수들이 림을 끝까지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백보드의 일정한 지점을 끝까지 보면 슛의 정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도 유지돼 상대방이 부딪혀 왔을 때에도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적다"고 했다.
 
김선형의 더블클러치를 되돌려보면 2번 모두 끝까지 고개를 젖혀 림을 응시하고 있다. 김선형의 더블클러치는 이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슛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몸의 균형도 유지도 잘된 결과물이다.
 
신인 시절부터 레이업 슛을 잘하던 김선형은 탄탄한 기본기와 높은 점프력에 빠른 판단력까지 더했다. 그 결과 올 시즌 화려한 볼거리인 더블클러치를 코트에 수놓고 있다.
 
2011-2012시즌 SK에 신인으로 입단한 김선형은 "프로농구에 기술자가 없다"는 일각의 비판 속에서도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덩크슛하는 가드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국가대표를 오가며 매 시즌 새로운 기술을 연마했다. 데뷔 시즌에 인기상을 수상한 김선형은 2012-2013 시즌에는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그사이 SK는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맛보며 최근 2시즌 동안 시즌 통산 관중 1위를 차지했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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