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코스타리카전은 졌지만 경기 내용은 분명 좋았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은 지난 10일 중동 2연전을 떠나며 이같이 말했다. 요르단(14일)과 이란(18일)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재차 코스타리카전을 회상하며 "원정이지만 홈이라는 생각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가장 최근 평가전이자 처음으로 진 경기를 다시 취재진 앞에서 언급한 것이다. 지난 10월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은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패한 경기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부임 이후 9월 베네수엘라전(3-1승)과 우루과이전(0-1패)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이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아 파라과이전(2-0승)과 코스타리카전(1-3패)을 치렀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 패한 직후 "결과가 부정적이라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은 잘해줬다"면서 "우리는 항상 힘이 있고 의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동시에 감독이자 팀 전체의 입장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코스타리카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판단 기준 중 '적극성'이 가장 먼저란 사실을 확인한 날이다.
그는 경기 후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너무 점잖게 플레이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수비수 일대일 상황에서 공격수보다 멀리서 수비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총 7개의 반칙을 범했다. 반면 코스타리카는 19개의 파울로 대표팀의 플레이를 적절히 끊었다.
전반 16분 왼쪽 풀백 박주호는 상대 태클에 걸려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전에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강한 압박으로 대표팀 선수들을 분위기에서 누르며 경기에 임했다. 후반 대표팀의 압박도 살아났으나 전반전에 뒤진 기세를 뒤엎기는 쉽지 않았다. 두 팀 모두 경고나 퇴장은 없었다.
대표팀 선수들이 다소 얌전한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은 다른 전문가에게서도 나온 바 있다.
한국과 아시아축구에 정통한 존 듀어든 ESPN 칼럼니스트는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선수들이 점잖게 플레이한다고 한 것에 주목해 "코스타리카는 영리한 파울을 했다. 이런 부분이 안정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은 하비에르 아기레 일본 대표팀 감독이 부임 초에 언급한 '피카르디아'와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어인 피카르디아는 비열한 행동이나 교활함을 일컫는다. 축구에선 가끔 매 경기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유럽 축구 강국들의 플레이를 뜻한다.
다가올 요르단과 이란전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에게 사실상의 마지막 시험 무대다. 특히 이란 원정은 대표팀에게 높은 벽이다. 좋은 평가전 상대이자 장소라는 게 축구계의 평이다.
대표팀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 0-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역대 이란 원정 경기에서 2무3패를 기록했다. 40년 동안 대표팀은 이란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경기가 열릴 테헤란의 알아자디스타디움은 1200m의 고지대와 이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자랑한다.
이와 관련해 슈틸리케 감독은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어떠한 결과를 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안 좋았던 결과를 갚아줄 기회라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적극성을 우선으로 꼽는 슈틸리케 감독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선수들에겐 훈련장에서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
◇훈련 중인 축구대표팀 선수단. 사진은 지난 10월14일 서월월드컵경기장에성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앞서 준비하는 모습.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