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대표 재벌 오너 2·3세들이 그룹과 자신의 경영 능력에 대한 자존심을 걸고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사촌의 손길도 뿌리치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는 '올인' 전략을 선택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등은 오너 2·3세들이 직접 챙겨가며 면세점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제공=각 사)
이들이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로는 높은 수익과 사회적 관심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공항면세점에 비해 임차료가 낮은데다 최근 침체에 빠진 내수경기와 달리 외국인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맞물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모의 후광에 가려진 경영능력에 대한 자존심을 세우고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골목상권 침해의 소지가 전혀 없어 사회적 비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재벌 2·3세의 입장에서 검증대에 오른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과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유치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범현대가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삼성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서로 손을 맞잡은 것도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면세사업 비중이 국내 2위인 이부진 사장의 신라는 '명분'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은 '면세 운영 노하우' 등이 필요했다. 면세점 사업 경험이 없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맞잡을 이유가 없다. 대신 정지선 회장은 중소·중견기업들과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중소인과의 상생이 '명분'으로 작용한다.
범삼성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홀로서기' 중이다. 정 부회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과감한 투자와 결단으로 충분히 면세점을 유치할 수 있다는 승부사적 자신감이다.
대기업에 배정된 서울 시내면세점은 2곳 뿐이다.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분명 존재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자존심 대결 성패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