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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전 변죽만 울리는 금융당국
입력 : 2015-06-01 오전 6:00:00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과 IT를 접목시킨 핀테크(Fintech) 시장 체제로의 대변혁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핀테크 산업투자 규모는 2008년 9억3000만 달러에서 2014년 120억 달러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투자비중은 미국이 80%대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유럽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이 같은 흐름을 감지한 듯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전자금융감독규정을 개정해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고, 4월에는 유권해석을 통해 모바일카드 단독발급도 허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수준은 여기까지다.
 
발 빠른 핀테크 규제개혁으로 내세운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는 과거부터 추진해왔던 계획 중 하나였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절대적인 인증수단이다. 대표적인 규제개혁의 하나로 꼽고 있는 모바일카드 단독발급 역시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발급받을 수 없도록 막아 놨다.
특히, 모바일카드 단독발급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활용치가 높지 않다. ‘딱’ 보여주기식 규제완화다.
 
당장 규제완화가 필요한 비대면 실명확인, 인터넷은행 설립, 외환송금업, 빅데이터 활용 등은 미뤄지고 다시 내년을 봐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 언제 규제가 풀릴지 미지수다.
 
비대면 실명확인만 봐도 그렇다. 유권해석만 해주면 바로 핀테크 업체들이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을 핑계 삼았다. 은행들이 안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9월 이후 유권해석을 내리겠다는 것. 비 은행권은 내년으로 미뤘다.
 
핀테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누가 빨리 국제 표준을 만들어 핀테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세계 어느 나라 금융당국도 우리나라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곳은 없다.
그러나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고만 있으면 자신감 없고 옹졸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핀테크사(史)에서 ‘자신감 없고, 옹졸한 한국 금융당국’으로 기록된다면 국가적 수치다.
 
지금 이 시간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은 초를 다투며 벌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출정 준비만 하고 있을 건가. 금융당국이든 정치권이든 이제 변죽만 울리지 말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진격의 북을 두드려야 할 때다.
 
고재인 경제부장
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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