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 회장이 직접 제품명을 작명한 것으로 알려진 농심의 인스턴트 커피(믹스커피) ‘강글리오’가 연이은 매출 부진에 따라 출시 2년여만에 생산을 멈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강글리오 생산을 6월부터 잠정 중단했다. 2013년 1월 믹스커피 시장에서 점유율 두 자릿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꿈은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채 물거품이 됐다. 신라면, 새우깡, 너구리, 짜파게티 등 직접 작명해 많은 성공사례를 남겼던 신 회장의 ‘작명신화’에도 오점이 남겨지게 됐다.
농심은 ‘강글리오’라는 제품명을 제외하고 모든면에서 리뉴얼을 감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독일에서 수입하는 커피 원액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강글리오 커피 생산을 잠시 멈춘 상태”라며 “사업 철수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예견된 실패’라는 평가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주요 판매 채널은 이미 지난해부터 강글리오 커피의 발주를 멈췄거나 발주 중단을 검토하는 등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강글리오는 출시 당시에 비해 절대 매출액이 50% 이상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7월부터 강글리오 커피를 매장 진열에서 제외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 업계 역시 판매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는 강글리오가 일부 점포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TM(타깃 마케팅) 상품으로 분류돼 출시 1년만인 지난해 1월부터 대부분의 매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강글리오가 판매되기 시작한 2013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한 편의점 업체의 강글리오 커피 매출비중은 전체 분말커피 상품 중 0.2%에 불과했다. 판매 순위는 분말커피 중 31위에 그쳤다. 초라한 성적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점포 판매실적이 좋지 않아 믹스커피 매출이 좋은 일부 점포에만 한정적으로 진열하고 있다”며 “재고 상품이 소진되지 않아 사실상 발주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강글리오는 출시 당시부터 신 회장이 제품명부터 콘셉트까지 전반적인 준비사항을 체크할 정도로 관심을 뒀던 사업이다. 특히 ‘건강’이라는 제품 콘셉트는 신 회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이다. 업계는 강글리오의 실패 요인으로 생소한 맛과 제품명, 높은 가격을 꼽았다. 맛도 생소한데 비싸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강글리오 가격은 편의점 기준 12개입 6000원, 1개당 500원 꼴이다. 130~150원 수준인 기존 믹스커피의 4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음 행사도 열어봤지만 평이 좋지 않아 1박스를 판매하는 데도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며 “대중성이 떨어지는 맛과 생소한 제품명의 영향으로 강글리오를 찾는 고객이 없어 남아있는 재고 소진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맛과 향을 중요시 하던 기존의 커피와 달리 강글리오는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건강’을 키워드로 꺼냈으나 내수 부진 등으로 믹스커피 시장 자체가 커지지 못한 것이 실패요인”이라며 “일종의 도전이었으나 녹록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심은 올 하반기께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새로운 콘셉트의 강글리오 커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