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이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일과 10일 두차례에 걸쳐 상호 비방과 로비 등 지나친 경쟁을 자제해 달라며 권고했지만 정치권과 증권가는 앞장 서서 '감 놔라 배 놔라'하는 행태을 보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면세점 사업자 심사와 무관한 정치권과 증권가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대한 각종 발언과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홍종학 의원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독과점을 이유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에 신규 특허를 줘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내면세점 신청기업의 독과점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자칫하면 롯데와 신라는 심사위원들이 입찰서류를 검토하기 전에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도 있게 됐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 일지.
증권가는 정치권보다 더 적극적이다. 최근 한 애널리스트는 언론에 발표된 내용 등을 근거로 자의적으로 점수를 매겨가며 SK네트웍스와 신세계DF를 각각 1, 2위로 선정해 특허권 낙찰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과정서 현대백화점을 7위로 선정하는 등 자의적으로 업체들의 등수와 점수를 매겨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는 증권가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과련 기업 주가가 요동친다는 것이다. 15일 토러스투자증권의 보고서가 공개된 뒤 SK네트웍스 우선주의 주가는 매매거래가 정지된 22일을 제외하고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6일 2만500원에서 시작됐던 SK네트웍스 우선주의 주가는 23일 7만5900원까지 2.7배나 뛰었다. 잠시 주춤하던 주가는 지난 25일 하한가를 기록하더니 다음날 SK네트웍스가 유리하다는 내용의 NH투자증권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또 다시 폭등해 상한가로 마무리했다. 지난 22일에는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의 우세를 점친 하나대투증권의 보고서가 발행되자 신세계의 주가는 16.4%(4만1500원)나 뛴 29만4500원으로 마감했다. HDC신라면세점의 지분을 갖고있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도 각각 4.74%, 9.78% 상승했다.
입찰 기업 중 상장사 모두는 한번 이상 유리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비상장사인 롯데면세점과 이랜드에게 유리한 보고서는 한개도 없다는 것은 이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보고서를 낸다는 느낌과 함께 이를 믿고 투자한 다수는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신청 기업에 대한 평가는 심사위원회가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 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며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